여권, 박지원장관 해임안 표결 놓고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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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가 5일 한나라당이 제출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에 '정정당당하게' 임할 것임을 밝히면서 여권 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의원 1백32명이 낸 해임건의안에 대해 국민회의.자민련 의원 중 18명만 반란표를 던져도 재적 과반수(1백50명)가 되기 때문이다. 7명의 무소속 의원 중 일부가 해임건의안에 동조할 경우 이 숫자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더구나 朴장관에 대한 평가가 국민회의.자민련 내에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 핵심부로서는 표결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권이 표결을 수용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또 표결을 거부하는 등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언론탄압' 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당은 위기감 조성을 통해 표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5일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김대중(金大中)정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반신불수가 된다" 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朴장관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의원들도 당의 운명이 걸려 있는 사안에 반란표를 던질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총무도 "국민회의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입장" 이라며 "결코 반란표는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않다.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 사태를 '정권에 의한 언론탄압' 으로 보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공동여당 내 반란표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해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박상천(朴相千)총무를 5일 귀국하도록 해 내부 단속에 나서도록 했다.

지금까지 부대변인 명의로 냈던 논평도 5일부터 격을 높여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이 맡았다.

그러나 여권 내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 같다. 한 당직자는 "정정당당히 표결에 임한다고 말해 버렸으니 이제 퇴장 등의 비상책을 동원하지도 못하게 됐다" 고 우려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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