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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국감] 과격 시위냐 과잉 진압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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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의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장. ‘과격 시위냐, 과잉 진압이냐’로 요약되는 동영상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지난 6월 벌어진 시위를 경찰이 강제 해산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시위대가 넘어져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과 일부 시민을 인도에서 몰아내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은 “주상용 서울청장이 진압을 잘한다며 극찬했던 장면”이라며 “과잉 진압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일부 시위대에 의해 무산되고 시위대가 경찰의 멱살을 잡는 내용의 동영상으로 맞불을 놓았다. 신 의원은 “2년간 계획했던 축제가 불법 시위대 몇 명에 의해 무산됐다”며 “소대장이 시위대에 집단 폭행당하는 등 심각한 상태로 경찰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청 국감은 집회·시위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은 국감 내내 과잉 진압을 주장했다. 강기정 의원은 5월 1일 집회를 해산하는 과정이 담긴 무전 녹취록을 근거로 “주 청장이 시위대 무차별 검거를 직접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불법 시위 엄단을 강조했다. 안경률 의원은 “법질서 준수를 위한 국민의식 선진화 운동에 경찰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김태원 의원은 최근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불법 폭력집회를 허용한 것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며 “불법 폭력집회에 대해선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전 오후 다른 서울청장=오전 질의 때 주 청장은 당당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과잉 진압을 지적하자 “시위대의 경찰관 폭행과 같은 공공질서에 대한 심각한 피해는 말씀 안 하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만 축소해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기정 의원이 “주 청장이 ‘잔당’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하자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맞섰다. 조진형(한나라당) 위원장으로부터 “목소리를 낮추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오후 질의는 주 청장의 해명으로 시작됐다. 그는 “녹취록을 미리 보지 못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며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이 향후 지휘방침을 묻자 “인권 경찰이 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경찰 행정을 집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은 “인권 경찰이 되겠다고 했는데 국법 질서 유지가 최우선 과제”라며 “경찰이 무능해 폭력 시위를 막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권호·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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