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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사 여사 별세…부부애 온 러시아가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미하일 고르바초프 (68) 옛 소련대통령의 부인 라이사 막시모브나 고르바초바 여사가 20일 백혈병으로 독일 뮌스터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67세.

51년 모스크바대 학생 시절 동료학생인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만나 53년 9월 결혼, 46년을 함께 했다.

특히 85년 이후 남편이 공산당 서기장 선출, 소련 대통령 당선, 쿠데타, 그리고 소련해체와 권좌 상실이라는 대격변을 겪는 동안 영욕의 순간을 함께 해왔다.

7월말 뮌스터에서 입원생활을 시작한 후 고르바초프가 24시간 내내 병상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사랑이 담긴 편지를 써보이며 그녀를 격려하자 라이사는 오히려 남편에게 용기를 내라고 위로했다는 사랑 이야기는 전 러시아를 울리고 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병을 알았으나 남편이 충격을 받을까봐 이를 숨긴 채 몰래 투병해 왔다.

타스통신은 "죽음은 이 부부를 갈라놨지만 둘의 사랑은 수많은 러시아인들의 가슴에 존경심을 일으키고 있다" 고 전했다.

사회학 박사학위를 지녔던 라이사는 전임 소련공산당 서기장 부인들과 달리 비싼 옷으로 치장하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거침없이 밝히는 데다 러시아에 여성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보수적인 러시아인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고르바초프는 그녀에 대해 "배우자인 동시에 모든 관심사를 함께 논의하고 모든 상황에서 서로를 도우며 살아온 동료" 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녀는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라이사의 유해는 21일 안톤 체호프.니키타 흐루시초프 등 유명인사들의 무덤이 모여있는 모스크바시 중심부 노보데비치 수도원 1급 묘역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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