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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자산 77%가 부동산 … 금융 비중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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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5회 중앙일보 재산 리모델링 강연회’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800여 명의 청중이 이상영 부동산114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부동산 편식에서 벗어나 금융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세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중앙일보 재산 리모델링 강연회’에 강사로 나선 전문가들이 주는 조언이다.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것에 대비해 가계 자산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이상영 부동산114 대표와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이 ‘부동산 투자전략과 가계 자산 배분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대표와 강 소장은 모두 “국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7%(2006년 기준)다. 미국의 33%나 일본의 39%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다.

강 소장은 “국내에선 부동산 불패신화가 여전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자산을 몰아주면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 위험도 함께 커지므로 부동산 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가계는 물론 나라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졌다. 이 대표도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일본의 경험에 비춰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출산율 감소와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 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55~63년 사이에 태어난 46~54세 중장년층을 일컫는다. 이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가 첫 주택을 구입한 90년대 초, 그리고 중대형 평형으로 집을 넓힌 2000년대 초 집값이 크게 뛰었을 정도로 이들은 주택시장의 최대 수요 계층을 형성했다”며 “이들의 은퇴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의 둔화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예측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과거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오를 때는 부동산 가격도 함께 올랐는데, 반대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부동산 경기의 하락 또는 정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는 “부동산이 무조건 자산을 늘려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무리한 투자보다는 사용의 관점에서, 라이프 사이클과 소득 수준을 고려해 적절한 규모를 선택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을 줄여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규모는 소득의 20~25% 선을 넘지 않으며 ▶은퇴 이후에는 주택 규모를 적절히 줄이는 등 부동산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강 소장은 50~60대 이후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배분 비율은 50대 50이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에는 지금처럼 예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없다”며 “금융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려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자산 투자도 예금·채권·주식·보험·펀드를 다양하게 섞어 포트폴리오를 짜고 정기적으로 재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청중 800여 명이 몰려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강연회 이틀째 행사는 13일 오후 3~5시 부산시 부전동 롯데호텔 3층 아트홀에서 열린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 김일선 상무와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가 연사로 나선다. 참가비는 무료. 문의 02-2113-8027.

박현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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