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에 140억원이나 투자한다고 한식이 세계화됩니까.”
-한식의 세계화로 정부와 음식업계가 떠들썩하다.
“너무 떠들썩해서 어안이 벙벙하다. 음식에 대한 고찰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세계에 진출한 일식의 경우, 일본이라는 나라가 서양에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음식도 세계화됐다. 우리는 한국 자체보다 음식만 세계화시키자고 한다.”
-한국 문화를 우선 알려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한국을 즐길 줄 알아야 음식에 얽힌 얘기를 즐길 수 있다. 프랑스·일본 요리가 인기 있는 건 그 나라 문화에 대한 궁금증과 동경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선 한국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아직 거의 없다. 이런 상태에서 떡볶이에 예산 밀어 넣는 건 난센스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자면.
“음식을 너무 영양학이나 조리법 위주로 접근한다. 음식이 약인가? 음식엔 그 나라의 역사·문화·상징·예술이 녹아 있다. 그런데 이런 문화에 대한 국민적 안목을 키우지 않고 ‘매운맛이 먹힐 거다’ 라는 식으로만 음식을 따진다.”
-음식에 각자의 스토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건가.
“아니다. 그러면 또 다들 스토리 만든다고 난리다. ‘음식 스토리 만들기 대회’ 열고 음식마다 억지로 이야기를 갖다 붙일 거다. 음식을 먹는 방식엔 그 나라의 문화적 습성이 드러나므로 억지 이야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음식에 나타난 문화적 습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예를 들어 음식의 변화는 문화의 변화를 가져온다. 온 집안 사람이 모여 김장을 하던 때를 생각해봐라. 이 때는 여성 가족 구성원 사이에 위계 질서가 있었다. 제일 어른이 나서서 이웃·집안 간의 김장 작업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김장이 사라지면서 시어머니의 권위도 많이 약화됐다. 또 도시락이 급식으로 대체되면서, 여성은 부엌에서 해방됐다. 요즘 낮에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손님들이 모두 여성들이다. 여성은 이제 음식 생산자에서 음식 소비의 주체로 바뀌었다.”
-음식 문화에 대한 안목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걸까.
“음식에 대한 담론이 바뀌어야 한다. 음식이 다른 나라에 소개되고 현지화되는 복잡한 과정을 인류학적으로 성찰해봐야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하는 비교 연구도 중요하다.”
글=임미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