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스제 시행따른 알뜰쇼핑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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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가전 전문매장인 전자랜드는 오픈프라이스제 시행 첫날인 지난 1일부터 TV.세탁기 등의 값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CT29A5 제품을 1백5만9천원에서 7.9% 내린 98만원에 팔고 있다. 마찬가지로 VCR.세탁기.오디오 등도 7~14%씩 인하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 이후 일부 대형 점포에서 값을 내리는가 하면 제조업체들은 전단과 상품소개 책자에 명기하던 권장소비자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오픈프라이스 (open price) 는 TV.VCR.세탁기.오디오.전화기 등 5개 가전제품과 3개 스포츠용품 등 12품목에 대해 제조업체가 책정한 권장소비자 가격을 폐지하는 대신 판매업체가 자유롭게 가격을 정해 파는 제도.

게다가 설탕.우유.햄 등 10개 가공식품과 화장지 등 5개 일용잡화에 단위가격 표시제 (포장단위가 아닌 중량 등 통일된 단위로 가격을 정하는 것) 이 적용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게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커졌다.

유통 혁명 시대에서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생활의 지혜를 알아 본다.

◇ 달라진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 주부 金지현 (33.일산 대화동) 씨는 인근에 있는 삼성전자 대리점에 들렀다가 가전제품 소개책자를 보고 고개가 갸우뚱해 졌다.

TV와 냉장고 제품에 대한 가격표시가 없었던 것. 대신 빨간 글씨로 '가격표시 불가 품목' 이라는 안내 글귀만 있었다. 오픈프라이스제 시행에 따라 가전업체들이 권장소비자 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것.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기준이 없어 어디가 싼지를 알 수가 없게 된 것. 때문에 이제는 미리 전화로 몇 군데 대형 점포의 가격을 확인한 뒤 쇼핑에 나서거나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

◇ 어떻게 하면 싸게 살 수 있나 = 정부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함으로써 각 유통업체마다 약간의 판매가격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전단 등을 활용해 가격을 비교한 후 가장 싼 곳을 결정하는 쇼핑 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앞으로는 시민단체 등에서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각 업체별 가격비교 조사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기 때문에 이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또 이 제도는 이달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고 권장소비자 가격이 표시된 제품은 신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밖에 유통업체들이 바겐세일 행사 때 권장소비자 가격 대신 "기존판매가 대비 몇 %를 더 싸게 판다" 는 문구를 써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 백화점 등의 변화 조짐 = 아직 백화점 등은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을 둘러보면 과거와 달리 권장소비자 가격은 표시하지 않지만 '자사 판매가' 로 글자만 바꿔 놓은 상태다.

5대 신사복 정장 브랜드의 경우 가을 신상품에 대해 가격표시를 권장소비자가가 아닌 매장별 판매가라고 이름만 바꿔 놓았을 뿐 어느 백화점에서나 가격은 똑같았다.

또 여성복 '타임' 은 31만5천원, 코오롱 맨스타 50만원, 캠브리지 55만원 등으로 같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형매장들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아직 가격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추석 이후 연말 매출 증대를 위해 한 업체가 바잉파워 (구매력) 를 내세워 값을 내리면 업계 전체에 오픈프라이스제에 따른 가격 경쟁이 치열해 질 것" 이라고 말했다.

김시래.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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