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삼공사 공모주에 11조6천억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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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담배인삼공사 공모주 청약을 마친 뒤 증권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시중 부동자금의 규모가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당초 30대1 정도의 경쟁률에 5조~6조원 정도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두배가 넘는 규모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약이 진행될수록 배정주 수가 적어 별 이익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음에도 돈이 몰린 것은 현재 금융상황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안전하게 돈을 벌겠다는 투자자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잠재해 있음을 드러냈다.

◇ 절반 이상이 신규 자금 = 청약기간 중 14만5천건이 접수된 LG증권의 경우 이번 청약을 위해 7만개 정도의 계좌가 새로 만들어졌다.

LG증권 기업금융팀 성수진 차장은 "신규 계좌와 공모주 청약기간 중 고객예탁금이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번 공모주 청약금 중 적어도 6조~7조원은 주식투자와 관계가 없었던 외부 자금인 것으로 판단된다" 고 밝혔다.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아 청약한 경우도 많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은행대출이 2조~2조5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떠돌아다니는 돈 = 대우사태 이후 투신권을 이탈한 자금을 비롯,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이번 공모주 청약에 몰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발표된 7월 19일부터 청약 직전인 지난 11일까지 투신

사 공사채형수익증권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약 31조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은행의 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 증가액은 각각 19조원과 2조원이었다.

저축성예금 중에서도 단기성예금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8월 저축성예금 증가분 12조9백35억원 중 84%인 10조1천6백억원이 만기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저축예금이다.

특히 수시입출금식 시장금리연동형 예금 (MMDA) 은 7~8월 두달새 10조2천억원이나 늘어났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런 단기예금 외에도 10조원 이상이 금융권 밖에서 떠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부작용은 없나 =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지속될수록 금융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채권 문제로 고객들의 신뢰를 상실한 투신권의 경우 고객 환매→투신사 환매자금 수요 증대→투신 채권 대량 매각→금리상승→주가하락이라는 악순환의 뿌리가 되고 있다.

투신권에서 빠져나간 뭉칫돈이 부동산 등으로 몰릴 경우 거품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기업들이 채권이나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게 돼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채권관련 상품에 세금우대를 해주는 방법 등으로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여 금융시장 안정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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