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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106일 만에 '감격승'…눈물도 설움도 시원하게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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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박찬호가 99일 만에 등판한 빅 리그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알링턴 AP=연합]

"국민과 함께 던지는 기분이었다."

99일 만의 메이저 리그 등판에서 '부활'을 신고한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는 "그동안 고국 팬들의 성원이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국민이 내 뒤에서 함께 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을 채는 느낌도 더 강해졌고, 오히려 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박찬호가 27일(한국시간) 알링턴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 승리투수가 됐다. 무려 106일 만에 힘들게 거둔 시즌 3승. 박찬호는 이날 6이닝 동안 4안타, 볼넷 3개로 2실점했지만 삼진 4개를 잡아내는 호투를 했다. 특히 최고 시속 153㎞짜리 직구는 전성기 때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새롭게 익힌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SF볼.직구처럼 오다 갑자기 떨어지는 구질)도 위력적이었다.

박찬호는 초반 다소 흔들렸다. 1회 선두타자 새년 스튜어트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긴 했지만, 후속 토리 헌터에게 다시 안타를 맞았고, 이어 저스틴 모누까지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오랜 재활기간에 박찬호는 평상심을 잃지 않는 비결을 익힌 듯했다. 류 포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다음 타자를 외야플라이로 처리해 1회를 마감했다.

이어 박찬호는 5회까지 흔들림 없는 투구를 했다. 2, 3회를 잇따라 삼자범퇴로 막았고, 4회도 볼넷 한개만을 내주고 외야 플라이 두개와 삼진으로 끝냈다. 5회에는 1사 이후 9번타자 루이스 리바스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지만 다음 타자에게 몸쪽 낮은 공을 던져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무실점 행진이 깨진 것은 6회. 1사 후 마이클 쿠디에게 볼 넷을 내준 뒤 4번 타자 모누에게 깊숙한 좌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그리고 2사 후 코스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해 두번째 점수를 내줬다. 그러나 다음 타자를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고, 8-2로 크게 앞선 7회 마운드를 넘겼다.

레인저스는 9회 마무리 투수 프랭크 프란시스코가 1실점하긴 했지만 8-3으로 여유있게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 선두 트윈스를 잡았다. 벅 쇼월터 감독은 "박찬호가 오늘 승리의 바탕이 됐다"며 "공격적인 투구가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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