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10회 초, 조명탑 불빛이 승부를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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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10회 초 1사 2루에서 결승 3루타를 친 SK 박재상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SK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SK 와이번스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3-1로 승리했다.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내리 패한 SK는 이날 연장 10회 접전 끝에 상대의 수비 실수를 틈타 반격의 첫 승을 따냈다. 4차전은 11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양팀은 선발투수로 각각 글로버(SK)와 김선우(두산)를 내세운다.

2연패 SK, 적지서 1승
1-1로 맞선 SK의 연장 10회 초 공격. 오후 6시를 넘어가면서 구장 조명탑의 불이 하나 둘씩 켜지는 가운데 선두타자 박정환이 두산 투수 고창성에게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정근우가 초구에 투수 앞으로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켜 1사 2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박재상. 볼카운트 1-3에서 박재상이 친 공은 외야 오른쪽으로 높이 떠올랐다. 두산의 고졸 신인 우익수 정수빈이 쉽게 잡을 수 있을 만한 타구였다.

그러나 그 순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조명탑의 불빛이 정수빈의 시야를 가리면서 공은 그의 글러브를 벗어나 우중간 담장까지 떼굴떼굴 굴러갔다. 그 사이 2루 주자 박정환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박재상은 3루까지 달렸다. 팽팽한 균형을 깨는 결승 1타점 3루타였다. SK는 계속된 1사 3루에서 김연훈이 바뀐 투수 이재우로부터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점을 뽑았다. 5타수 2안타·2득점·1타점을 기록한 박재상은 3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채병용(SK)과 홍상삼(두산)이 선발투수로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SK는 1회 초 박재상과 박정권의 안타로 먼저 1점을 얻어냈다. 그러나 두산은 6회 말 고영민의 2루타와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의 3연속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은 9회 말 공격 1사 2루 기회에서 정수빈이 삼진, 고영민이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나 승부를 연장으로 넘겼다.

SK의 기적이냐 두산의 설욕이냐
2승1패로 앞선 두산은 남은 두 경기에서 한 경기만 이겨도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반면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도 연거푸 두산에 역전 우승을 차지한 SK는 또 한번 기적 같은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SK는 2007년 2패 뒤 4연승, 2008년 1패 뒤 4연승으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역대 19차례의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뒤 3연승한 사례는 1996년 현대가 쌍방울을 누른 것이 유일하다.
김성근 SK 감독은 경기 뒤 “이제 한국시리즈까지 2승 남았다. 정규시즌에서 19연승을 했는데 남은 두 경기 모두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마지막에 아쉬운 수비가 나왔지만 야구의 일부분이다. 4차전에서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4차전에서도 양팀 불펜진의 대결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1~3차전 모두 팽팽한 투수전 끝에 중반 이후 불펜 요원들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엇갈렸다. SK 선발투수 글로버는 지난 7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5피안타·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 선발로 나서는 김선우는 정규시즌 막판 컨디션 난조를 보여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신화섭 기자 my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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