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14. 가구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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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의 아현동.사당동.논현동 가구거리가 최근 각기 '색깔' 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현동은 혼수가구, 사당동은 중.저가품, 논현동은 수입.고가품 판매에 각각 승부를 걸고 있는 것.

가구 제조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특화전략으로 아현동은 20대, 사당동은 30대, 논현동은 40대 이상의 고객이 주로 찾는 거리로 정착되고 있다" 고 말했다.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아현동은 최근 신세대 상권인 신촌과 연계돼 '웨딩거리' 로 자리 잡았다. 이 일대는 1백여 개의 가구점포가 밀집, 다양한 혼수가구를 갖춰 예비 신혼부부들의 필수 코스로 부상한 것.

따라서 이곳 상인들은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가구거리 축제' 를 연다.

이 거리를 한바퀴만 돌아 보면 요즘의 가구패션을 짐작 할 수 있을 정도다. 올 가을은 아이보리 색이 가미된 진한 갈색으로 가구의 색상이 변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당동도 최근 중고 가구 거리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30대를 겨냥한 중저가품 전문상가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들 점포들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붙박이장을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싼 1백만원대에 팔고 있다.

이밖에 주고객인 30대 층이 가격을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가구 디자인을 단순화해 시중가보다 20~30%정도 더 싸게 파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상인들은 무려 1백40여 개의 가구점포가 밀집된 이곳을 전국에서 가장 큰 전문 도.소매시장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논현동은 지난 70년대부터 경제발전과 더불어 수입.고가 가구의 메카로 정착했다.

영동가구가 '품격 있는 가구' 를 표방하며 이곳에 처음 정착한 이후 현재까지 60여 개의 대형 고급가구 판매점들이 집단상가를 이뤘다.

절반인 30여 개의 점포가 수입 전문점이다. 이들 점포들은 디자인이 뛰어난 이탈리아제와 열정적이고 고전미를 강조한 스페인제, 실용적이면서도 견고성을 자랑하는 독일제 가구를 주로 수입해 고객을 유혹한다.

특히 이들 가구거리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치열한 광고.판촉전을 벌인다.

아현동과 사당동의 경우 회원들로부터 매달 회비를 걷어 공동으로 라디오.인터넷 광고에 나서는가 하면, 논현동은 '논현 상점가 진흥사업 협동조합' 을 결성을 계기로 다양한 판촉전을 펼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 김시래.유지상.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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