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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자고 나면 값 뛰는 황금님,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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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달러화에 대한 믿음도 흔들립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에 의문이 생기면서 산유국과 몇몇 강대국이 원유가 결제대 달러를 받지 말자는 비밀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반사적으로 금(金)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교환수단으로, 투자대상으로 흔들림 없는 가치를 지녀 새삼 각광받는 금(金)을 다룬 책을 소개합니다.


황금
 도시마 이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랜덤하우스, 286쪽, 1만5000원

“금이여, 영원하라.” 실생활에선 그다지 쓸모가 없으면서도 황금은 희귀성· 불변성 덕에 인류사를 함께하며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사진은 세계에서 손 꼽히는 금 수요국인 인도의 뭄바이의 한 보석상에서 여성고객의 손에 들린 금팔찌. 국제 금값이 연일 기록적인 고공행진으로 교역상들을 몰아붙이는 가운데 인도의 금값은 10월 8일 현재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보석상들이 전했다. [로이터]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10년새 금값은 무려 4배 이상 뛰었다. 1999년 온스당 250달러에서 지금 1000달러를 훌쩍 넘었다. 특히 지난 달부터 상승세가 가속화되자 관심은 뜨거운 열기로 변했고, 일각에서는 거품 걱정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의 이슈는 두 가지다. 첫째는 가격 전망이다. 이렇게 올랐는데 더 오를까, 지금 사도 괜찮을까. 둘째는 금이 달러를 제치고 다시 세계의 기축통화로 부활할까.

실물 거래와 조사·연구 등 “금 세계에서 32년을 보냈다”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이들 문제에 대한 답을 주려고 노력한다.

우선 금값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두 갈래다. 5000달러 이상 갈 것이라는 강세론자들도 있다. 원자재 투자에서는 세계적인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10년내 2000달러는 너끈히 돌파할 것이라고 말한다. 금값은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에 비례한다는 이유에서다. 돈이 엄청 풀렸으니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건 명약관화하고, 달러에 대한 믿음은 깨졌으니 달러 약세 역시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약세론도 만만찮다. 지금 금값이 급등하는 건 인플레이션 때문이 아니라 달러 약세 때문이라고 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니 달러화 기준 금값이 오르는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달러가 강세로 반전되면 금값은 급격히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금값 강세론을 주장한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금을 사라는 투다. 물론 “급등 후의 조정 국면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수급환경을 보면 금 가격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 지은이는 1974년 금이 국제상품으로 변화된 이후 가격은 폭등과 폭락을 거듭했다고 한다. 예컨대 1970년대말~80년대초 금값은 무려 4배나 뛰었지만 곧바로 폭락세로 돌변했다. 그러나 85년 플라자합의로 달러 약세가 되자 금값은 다시 반등했다. 90년대 내내 하락하다가 2001년 9·11테러로 다시 강세가 됐다. 지은이는 그래서 “금 가격의 역사는 달러와 인플레이션, 금융위기의 역사”라고 결론짓는다.

그래서 “최근 수년간의 급등 양상은 거품을 연상시키는 형태”라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향후 세계 경제는 강달러보다는 약달러,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 세계적인 동시 경기후퇴보다 경기회복, 중국의 쇠퇴보다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금값은 장기적으로 상승기조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금은 과연 기축통화로 부활할 수 있을까. 2차대전 후 달러 기축통화를 낳은 브레튼우즈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지은이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달러 기축통화제도의 결함이 드러났고, (세계의 돈이)달러로부터 이탈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유로나 엔으로 가야 하는데, 유럽이나 일본 역시 경제가 불안해 다른 대안으로 금이 떠오르고 있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금은) 다통화 분산의 선택지 중 하나” 라고 말한다. 다만 특정 지역에서는 금이 좀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중동 국가와 중국, 러시아가 그럴 것”이라는 얘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먼델 교수는 일찌기 “중동은 금을 지역별 공통통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얘기를 덧붙이면서.

이렇게 보면 최근 중동 산유국들이 모여 ‘석유의 달러 결제 포기’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산유국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말이다. 중국 역시 지난 4월 금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선언, 6년전 600톤에서 올해 1050여톤이 됐다. 그래서 이 책은 “금 전쟁이 시작됐다”고 한다.

금 시장을 뒤흔드는 플레이어들의 얘기도 재미있다. ▶세계 금산업계는 캐나다와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3대 메이저 기업들이 지배하는 독과점적 구조라는 얘기 ▶금소비 세계 1위 인도, 금 생산 세계 1위 중국, 금 거래의 중심지 영국 런던, 돈으로 금의 세상을 움직이는 중동 등 금 시장을 움직이는 나라들의 시시콜콜한 얘기도 읽을 만 하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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