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간담회 의미] 중견그룹도 개혁 고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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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의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는 최근 재벌개혁의 초점이 5대 그룹으로 모아지면서 자칫 6대 이하 그룹의 자구노력이 느슨해지는 것에 미리 쐐기를 박아놓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5대 그룹 뿐만 아니라 6대 이하 그룹도 올해 안에 뚜렷한 자구노력 성과를 내놓아야지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정부는 6대 이하 그룹에 대해 두가지 방향으로 자구노력의 고삐를 죄기로 했다.

우선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이 진행 중인 기업은 워크아웃의 수위를 2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그간 워크아웃은 가능한한 많은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약간 기준에 미달해도 될 수 있으면 대상에 포함시켜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6개월 정도 워크아웃을 해왔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따라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곳은 추가 채무조정을 해주어서라도 확실히 살리되, 자구노력이 미흡했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곳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포함되지 않은 6대 이하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은행과 주채무관계를 맺고 있는 6~57대 그룹은 해당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은 바 있다.

워크아웃에 포함되지 않은 6대 이하 그룹은 이 재무약정을 근거로 자구노력 실적을 평가한다는 복안이다.

금감위 조사결과 30대 그룹 가운데 워크아웃에 포함되지 않은 17개 그룹의 상반기 재무약정 이행실적은 부채비율만 상반기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뿐 자산매각은 목표의 47.3%, 계열사 정리는 73%로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그룹이 아직도 알짜배기 사업이나 자산을 파는데 소극적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에 들지 않은 6대 이하 그룹 가운데 상반기 재무약정 이행실적이 부진한 곳은 워크아웃에 넣어 강제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출자전환이나 채무조정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은행이 덩치 큰 기업을 워크아웃에 넣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올해 결산 때부터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도입돼 은행들이 어차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므로 은행측으로서도 추가 워크아웃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을 것으로 정부는 계산하고 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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