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피해 소송 파장] '담배 소송 도미노' 불붙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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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에서도 흡연피해와 그 책임을 놓고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벌어지게 됐다.

5일 서울지법에 제출된 소송은 비록 흡연피해자 한 사람만 관련된 것이지만 흡연피해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국내 최초의 판결을 예고하는 것이라 성인남성 흡연율만 60%를 넘는 상황에서 그 파장이 클 전망이다.

여기에 원고측 소송대리인 최재천 (崔載千) 변호사가 "국내 담배회사에 대한 소송은 1단계이고 2단계는 미국과 일본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며 "범아시아적 차원에서 금연소송을 제기할 계획" 이라고 밝혀 이번 소송은 외국 담배회사를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의 예고편 성격까지 띠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金모씨는 스무살이 되던 63년께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金씨는 이후 선원으로 일하면서 36년 동안 하루 평균 1~2갑 정도를 피우는 골초로 살아왔다.

金씨가 폐암을 확인한 것은 98년 11월. X레이 사진에서 폐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가 발견돼 올해 정밀검사 결과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4기 환자로 판명, 현재 부산 모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원고측 주장은 담배인삼공사가 흡연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알리고 설명해야 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해 金씨가 폐암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흡연은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는 경고문이 89년부터 담배 포장지에 적혔지만 이때는 이미 金씨가 니코틴 중독단계라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게 원고들의 주장이다.

또 76년부터 시작된 '건강을 위해서 지나친 흡연을 삼가자' 는 표시문은 경고문으로 볼 수 없다고 원고들은 주장한다.

국가도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는 헌법규정을 어기고 국민의 보건권보다는 담배를 팔며 얻는 세금에만 신경을 써왔다는 게 원고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거액소송이 인정된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지는 미지수다.

우선 국내에 아직 제조물책임법 (PL법) 이 마련되지 않아 金씨측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더구나 金씨는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지한 이후에도 계속 담배를 피워온 만큼 법원이 국가와 담배인삼공사에 1백% 책임을 물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崔변호사는 담배인삼공사가 흡연 피해를 조사한 각종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도 이를 은폐했다면 현행 민법으로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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