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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퇴임 판·검사 잡기…로펌 '스카웃특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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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 로펌 (법률회사) 들이 '몸집 불리기' 에 나섰다. 2001년으로 예정된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분야별 전문 법률가를 영입, 대형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특히 9월초 법원.검찰 인사를 계기로 많은 판.검사들이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진출할 예정이어서 이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로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법원에서는 오는 22일 윤관 (尹관)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며 정귀호 (鄭貴鎬).박준서 (朴駿緖).안용득 (安龍得) 대법관도 10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대법원장이 바뀌면 신임 대법원장보다 선배이거나 동기인 대법관은 용퇴해온 것이 관행이어서 상대적으로 '젊은' 대법원장이 나올 경우 대규모 인사태풍이 몰려올 가능성도 있어 로펌들은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종욱 (李鍾郁) 서울고법 특별10부 부장판사를 최근 공동대표 변호사로 영입했다.

의정부지원장.대법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 '법원의 마당발' 로 알려진 李부장은 정.재.관계에 지인이 많아 태평양의 업무영역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평양은 또 서울지법 파산재판부 나천수 (羅千洙) 부장판사와 천안지원 곽태철 (郭泰哲) 부장판사도 영입했다. 羅부장은 회사정리.법정관리.파산 업무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태평양의 한 변호사는 "판.검사 3~4명을 더 영입하기 위해 접촉 중" 이라면서 "올 연말 10~15명 가량의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 영입, 변호사수를 현재의 70명선에서 90명 가량으로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백은 최근 서울고법 형사2부 이성복 (李誠馥) 판사 등 4명의 중견판사를 영입했다.

화백은 이들에게 금융.공정거래.조세 등 경제분야를 맡길 계획이다. 화백은 이번 영입을 계기로 올해초 임기만료로 퇴임한 천경송 (千慶松) 전 대법관과 양삼승 (梁三承)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5명을 변호사로 영입한 데 이어 올해만 모두 9명의 변호사를 충원해 더욱 탄탄한 체제를 갖추게 됐다.

69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는 한미는 최근 서울지법 민사항소부 정은환 (鄭銀煥) 부장판사와 김현태 (金鉉泰) 예비판사를 충원한 데 이어 올해말 사법연수원 졸업생 8명과 군법무관 출신 2명 등 1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의 로펌으로 1백42명의 변호사가 있는 김&장은 올해 윤동민 (尹東旻) 전 검사장 등 3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한 데 이어 곧 평검사 2명도 스카우트할 예정이다.

율촌은 서울지법 민사단독 문일봉 (文一鋒) 판사를 최근 영입했으며 세종도 지법.고법 부장판사들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합동도 지법 단독판사 3명과 접촉하고 있으며 곧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신&유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기 위해 접촉을 벌이고 있다.

로펌의 한 관계자는 "법률시장이 개방돼 외국 로펌이 한국 변호사를 고용, 직접 송무 및 자문 업무를 할 경우 규모가 작거나 지명도가 낮은 로펌들은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면서 "로펌들의 판.검사 영입은 오는 10월 예정된 대법관들의 퇴직과 후속인사 이후 더욱 활발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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