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지난달초 청와대 국무회의가 끝날 무렵 정해주 (鄭海주) 국무조정실장을 따로 불러 규제개혁 관련 보도에 관심을 표시했다.
특히 중앙일보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아직 멀었다' 는 시리즈를 예로 들며 "참조해 봐라" 고 지시했다.
그 직후 총리실 규제개혁위는 보완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실제 규제개혁에 대한 金대통령의 집념은 '상당한 것' 으로 청와대와 행정부처 관계자들은 실감한다.
金대통령 스스로도 'IMF 극복' 다음으로 손꼽는 업적이기도 하다.
규제개혁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무원 부패 문제다.
"金대통령은 공무원 부정의 핵심 연결고리가 각종 규제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4일 金대통령의 2차 규제개혁 단행 지시는 바로 그런 배경도 깔고 있다.
"사정 (司正) 으로만 공무원 부패를 막기보다 뿌리를 뽑는 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金대통령이 "왜 우리가 규제개혁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공직자가 있다" 고 한 말은 그같은 의지를 표출하는 대목이다.
"한쪽에선 반 (反) 부패추방 운동을 벌이고, 또다른 한쪽에선 부패의 그물을 제거해주는 노력을 기울이려는 것" 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경제회생을 위해서도 규제개혁은 절실하다고 金대통령은 보고 있다.
이날도 金대통령은 "어렵게 유치한 외국기업의 관계자들이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 고 하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느냐" 고 지적했다.
거기에는 지난해 단행한 규제개혁 조치 중 일부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질책도 담겨 있다고 한다.
때문에 金대통령은 현장점검을 강하게 주문했다.
규제개혁 시행진척 보고서도 현장을 확인한 뒤 제출토록 했다.
현재 규제개혁대상 법률은 2백98건이 국회를 통과, 86.4%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시행령은 2백15건으로 80.2%, 규칙 및 고시는 5백75건으로 86.3%를 각각 완료했다.
그러나 지방자치 규칙 및 조례는 전체 3만5천7백8건의 규제개혁 대상 중 55%인 1만9천5백32건만이 완료된 상태다.
이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