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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초과학 투자 늘려 국가경쟁력 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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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미국 정부는 2005년 글로벌 경쟁력이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을 때 가장 먼저 과학자들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과학기술과 과학 교육에서 국가경쟁력 강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 것이지요.”

미 텍사스 A&M대학 물리학과 로버트 트리블(62·사진) 교수의 말이다. 미 행정부 자문기구인 핵과학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설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했다.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그를 만나 ‘국가 경쟁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과학기술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해법을 찾는 이유는.

“과학기술을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세계경제는 지난 20~30년 동안 개발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을 만드는 능력 없이는 세계경제를 이끌지 못한다. 물론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한국의 기술 수준을 평가하면.

“미래의 성장은 더욱더 기술진보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고품질 경제를 이루고 유지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기술로 산업을 일으키는 인재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인재는 뛰어나지만 신기술 창출은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선진국의 뒤만 쫓지 말고 자체적인 창조 역량을 확보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과학재단은 거의 모든 연구비를 기초연구에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용연구는 별로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초연구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도 기초과학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외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잠재력은 아주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였을 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거대한 가속기를 포함한 과학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심포지엄에서 봤다. 대통령 후보가 그처럼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공부하는 것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과학은 국가 지도자의 관심과 지원을 먹고 자라 결국은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녹색기술 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데.

“유럽· 미국· 일본· 한국은 인도나 중국· 중동에 비해 상당한 기술진보를 이뤘다. 개발도상국들이 청정기술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하려면 이미 개발된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청정기술의 혜택을 나누고 공유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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