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오디세이3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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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의 과학저술가 피터 로리가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한 '미래의 역사' (석필) 는 인류가 2040년이면 약 대신 자연 원리의 예방법을 개발해 병을 소멸시키는 등 그야말로 인류는 신세계에서 살게 된다고 내다본다.

밀레니엄의 상승효과가 한창이던 올 초 출간돼 관심을 모은 이 책에서 저자가 본 미래는 유토피아가 강조될 뿐 우울한 디스토피아는 나중의 문제였다.

그러나 독일 저널리스트 게로 폰 뵘이 '오디세이3000' (장혜경 옮김.끌리오.1만원)에서 내다보는 미래는 로리가 보는 것처럼 그리 환상적이지 않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이야 이뤄질 테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인류는 공멸의 길을 재촉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전제는 있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과학기술의 맹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라는 것. 그는 왜 이런 주장을 하는가.

그건 현재 쉼 없이 진행되는 유전자 조작 연구를 비롯한 무분별한 기술개발에서 과학자들의 조작 가능성과 학문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윤리적 문제를 헌신짝처럼 여길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과학이 종교처럼 추앙받는 세태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는 이렇다.

인간 유전형질의 완벽한 해독이 가능한 '인간게놈프로젝트' 가 완성되면 인간복제술의 상업적 이용이 횡행해 '유전자 계급사회' 가 도래할 수 있고 인간의 생활권 확장을 위해 연간 2만7천여 종의 생물이 멸종되면서 지구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는 '오디세이…' 는 과학기술의 진보를 맹신하는 사회에 던지는 경고문으로 일반인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인류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케 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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