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레저] 기척 없던 가을 어느새 창문 두드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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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선해지면 생각나는 그곳

사철이 뚜렷한 것은 분명 축복이다. 푸르름이 지겨워질 무렵 완강하게 버티던 여름의 틈새를 뚫고 어느새 가을이 발치까지 왔다. 서늘한 바람이 마음을 산으로, 강으로 유혹한다. 관광공사가 추천한 9월에 가볼 만한 곳에는 벌써 호젓함이 가득하다. 신발끈을 또 고쳐 매어볼까?

최현철 기자


멀어서일까? 사천엔 아직 외지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을 바람 먼저 맞으러 가기 좋은 곳이다.

*** 임실 옥정호반

노령 끝자락에 연인들을 위한 명소가 숨어 있다. 의암댐을 만들려고 섬진강 물줄기를 막아 생긴 옥정호를 끼고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굽이친다. 아침안개가 필 무렵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는 구름에 뜬 천상교가 된다. 호반 정자에서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시면 신선이 따로 없다. 물 맑은 천담.구담 계곡을 지나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고향 장산마을 앞부터는 4㎞의 자갈길이 이어진다. 너무 예뻐 '걷고 싶은 길'이라 불린다. 발밑에서 끊임없이 사각거리는 이 길을 과연 연인없이 혼자 걸을 용기가 날지 모르겠다.

■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전주 IC로 나와 동부우회도로를 타고 가면 남원으로 가는 17번 국도가 나온다. 여기서 30㎞ 정도 달리면 임실군 여행의 출발점인 사선대다. 전주고속터미널에서 임실행 시외버스는 수시로 출발한다. 임실군청 문화관광과 063-640-2224.

*** 가평 조무락 계곡

수도권 제일의 청정 하천인 가평천이 거느린 수많은 골짜기 중 첫손에 꼽히는 곳. 물놀이객으로 붐비는 가평천과 달리 석룡산 자락에 조용히 숨어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신 울창한 숲에 둥지를 튼 수많은 새가 조무락(재잘)거리는 소리가 길벗이 된다. 산행길에 만나는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을 한 복호폭포의 맹렬한 기세와 깊은 소를 찬찬히 감상하면서 가더라도 정상까지 1시간30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다. 조금 미진한 감이 있다면 삼팔교에서 물길을 거슬러 도마치 계곡을 찾아볼 것. 비췻빛 선명한 용소폭포와 물줄기가 파놓은 적목용소가 서운함을 충분히 달래준다.

■ 가는 길=46번 국도를 타고 가평읍에 도착하면 75번 국도로 갈아타고 용수목 방면으로 40분가량 달리면 삼팔교에 닿는다. 시내버스는 가평터미널에서 타지만 자주 다니지 않는 점을 고려할 것. 가평군청 문화관광과 031-580-2065.

*** 영동 물한계곡

사람 손 타지 않은 곳 찾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만나는 원시림은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경북과 전북.충북이 만나는 곳에 우뚝 선 삼도봉(해발 1177m) 북쪽 기슭을 타고 누운 물한계곡은 전국 최고의 원시림 계곡이란 평가를 받는 곳이다. 이름값을 하듯 민주지산(1242m)과 석기봉(1200m) 등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20㎞ 계곡은 내내 우거진 숲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고 물은 시리도록 차다. 삼도봉에서 시작해 석기봉.민주지산.각호산 능선을 타는 7시간 산행로는 등산 매니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코스. 3대 악성으로 추앙받는 난계 박연 선생을 기념하는 난계국악박물관과 난계국악기제작촌도 반드시 들러보시길.

■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나와 49번 지방도를 타고 매곡.상촌 방향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물한계곡 이정표가 나온다. 물한계곡에서 민주지산 자연휴양림까지는 도로로 연결돼 있다.

*** 사천 비토리

삼천포(사천의 옛 이름)로 빠져야 할 이유가 죽방렴 말고 또 있다. 남해고속도로를 나와 창선-삼천포-늑도-초양대고가 이어지는 연륙교를 통해 남해로 넘어가기 직전, 다리 앞에서 슬쩍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해안도로로 들어서면 초양도.늑도.마도 등 일대 섬이 그림같이 어우러지며 한려해상을 실감하게 된다. 해안도로 끝 와룡산 등산로에 자리잡은 백천사에는 2300년 된 소나무로 만든 세계 최대 목조약사여래와불을 볼 수 있으며 좀 더 북쪽으로는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실전에 사용했다는 선진리성 유적을 둘러볼 수 있다.

■ 가는 길=대전 ~ 통영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북쪽에서 접근하는 시간이 확 줄었다.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로 바꿔 타 사천IC에서 나오면 3번 국도를 이용해 사천까지 갈 수 있다. 고속도로를 조금 더 달려 곤양IC로 나오면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다솔사에 닿는다. 사천시 문화관광과 055-83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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