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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7월 산업활동으로 본 한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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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회복의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아직까지 과열수준은 아니다. " 통계청이 7월 중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분석한 현재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공장가동률이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80%를 넘어서고 각종 산업활동 지표의 증가세는 환란 이후 최고수준이다. 이런 지표들만 보면 과열 소리가 나옴직도 하다.

하지만 산업활동의 절대수준, 특히 투자와 소비 등은 외환위기 전인 97년과 비교할 때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경기가 완전한 정상수준을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특히 투자가 언제쯤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냐가 경기의 정상궤도 진입의 관건이다. 바로 이 점에서 제조업가동률이 80%를 넘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는 곧바로 설비투자를 늘리는 유인 (誘因) 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생산은 본격궤도 진입 =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 9.3%로 마이너스 증가율에 머물렀던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월 중 생산증가율이 환란 이후 최고수준 (33.1%) 인 것은 물론이고 요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도체업종을 제외하더라도 생산증가율은 29.3%로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생산활동이 전 업종으로 고루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재고도 1년 전에 비해서는 15.2%가 줄었지만 전월에 비해 0.2% 늘어나 본격적인 출하에 대비하기 위한 재고조정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96년 호황때도 최고 84%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정상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앞으로 생산 관련 지표는 증가율은 둔화, 절대수준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생산증가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인데 따라 8월 이후부터는 생산증가율이 지난해 수치와 비교하는 통계구조상 다소 둔화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투자회복이 관건이다 = 기계류 수입액, 국내 기계수주, 설비용 기계 내수출하 등의 지표를 종합해 산출해내는 '설비투자추계' 증가율은 1년 전에 비해 57.2%가 늘었다.

그러나 1~7월 중 기계수주는 환란 전인 97년과 비교할 때 77.3% 수준에 그쳤다. 설비투자 증가세는 지난해 바닥수준을 보였던 데 대한 상대적 영향일 뿐 아직 완전한 정상수준의 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설비투자와 함께 투자의 한 축을 이루는 건설투자는 더욱 부진하다. 7월 중 건설수주는 지난해 동월에 비해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공공발주 건설수주는 상반기에 물량이 몰리면서 42.4% 감소해 앞으로 이 공백을 민간부문이 메워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지금까지의 설비투자는 낡은 시설을 새 것으로 바꾸는 개체 (改替) 투자나 정보화.전산화.물류화 분야 위주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아직까지는 생산라인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정상가동 수준인 80%대를 넘어서면서 생산라인 확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설비투자의 본격적인 회복이 예고되고 있다.

◇ 경기과열 우려는 없나 = 통계청은 공급측면인 생산의 증가율이 높으나 수요측면인 소비와 투자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아직 과열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경기과열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는 아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도 "대우사태 등으로 인해 더 이상 과열논란이 무의미하게 됐다" 면서 "올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고 통계청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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