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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방선거 참여…재일동포 참정권 문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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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국내에 사는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을 주기로 작정한 것은 우선 재일동포 문제와 관련이 있다.

우리 정부는 재일동포에게 참정권을 주라고 일본 정부측에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에 우리 정부가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세금을 내는 외국인에 대해 지방선거에 한해 제한적이나마 투표권을 주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이에 대한 일종의 화답 (和答) 인 셈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도 지난 3월 법무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재일동포들의 참정권 요구에 대해 일본 야당이 지지하고 여당도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면서 "우리도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길을 넓혀야 한다" 고 실천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를 통해 재일동포의 참정권 문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게 우리측의 기대다.

현재 일본의 경우 민주당.공산당.사민당 등 야당에선 의회에 재일동포의 지방선거 참정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법은 집권 자민당의 소극적 입장과 맞물려 정기국회 회기 만료일인 지난 13일까지 법안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 정부의 방침은 국제적인 흐름을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다.

고위 관계자는 "공직에 출마하는 피선거권은 몰라도 지방선거에 한정해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세계적 추세" 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최근 조사결과 ▶미국은 거주 외국인에 대해 주지사 선거 등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스웨덴.핀란드.아일랜드 등은 지방선거에서 투표권뿐 아니라 피선거권까지도 부여하고 있다.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법무부측은 외국의 예를 들어 지방선거에 한해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데 대해 긍정적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다고 돼있다" 며 "선거법에서 선거권자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게 법무부의 의견" 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경우도 헌법상에 정해진 국민과 별개로 지방자치법에선 주민이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고 했다.

문제는 이 법안이 국회로 넘어갈 경우 정치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다.

최근 정부가 외국에 사는 우리 국민에게 선거권을 주는 내용을 담은 재외동포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반대로 법 통과가 무산된 일도 있다.

현재 정주 외국인에 대한 선거권 부여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해 지방선거법으로 규정한다는 방침 아래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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