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규제개혁 신문고] 벤처기업, 스톡옵션 늘수록 적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97년부터 국내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스톡옵션제 (주식매입선택권)' 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거는 벤처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스톡옵션제' 란 일정 기간후 자사 (自社) 주를 사전에 약정된 가격으로 일정 수량만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 이 때문에 젊은 벤처기업인들은 자기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장차 큰 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현재의 얄팍한 월급봉투를 감수하기도 한다.

현재 스톡옵션을 실시 중인 벤처기업은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만 따져도 39개사. 그러나 지난 7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체 인터파크의 이기형 (李奇衡.36) 사장은 요즘 계속 스톡옵션제를 실시해야 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스톡옵션을 확대할수록 연말 결산때 적자가 누적되게 한 관련 규정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시행 중인 '스톡옵션의 회계처리 기준' 이 바로 그것. 이에 따르면 기업체가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의 경우 스톡옵션행사 가격과 회계연도말의 주가 차익만큼을 손실로 처리토록 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인터파크의 코스닥시장 주가는 6만원대라고 치자. 이 값이 연말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터파크는 스톡옵션에 따른 장부상 손실이 수십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즉 스톡옵션 시행가격 (5천원) 과 6만원의 차익 (5만5천원)×스톡옵션부여주식수를 3으로 나눈 금액 (3년간 비용을 분할) 만큼 비용처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올해 상당한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계장부에는 약 10억원의 적자로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적자 폭은 커지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 李사장은 "최근 인터넷.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들의 경우 높지 않은 임금수준을 직원들에게 보상하는 차원에서 스톡옵션제를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스톡옵션제 시행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경우 등록 첫해부터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고 지적했다.

물론 실제로 돈이 나가고 들어와 적자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계상 손실처리가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적자 규모가 커지면 결국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리게 돼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李사장의 말. "결국 이 제도는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큰 자본 없이 창업에 나서는 수많은 벤처기업으로 하여금 스톡옵션제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반하는 셈이다. "

한국벤처기업협회 관계자 역시 "종업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정부가 스톡옵션제 도입을 적극 권장해왔다" 면서 "스톡옵션 행사 이전까지는 이 비용을 장부에 주석 (註釋) 을 다는 방법으로 처리하고 행사시점에서 손실 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최진영 (崔晋榮) 기업회계 1과장은 "스톡옵션을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행 회계처리 방법으로 별 문제가 없으며 단 영업수익에 비해 과도하게 스톡옵션을 부여했거나, 주가가 이상급등한 경우에 한해 실제 이익을 내고도 회계상으로는 적자를 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스톡옵션을 시행하는 시점부터 사실상 기업의 부담은 늘어나고 이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주가를 구입하게 될 일반 소액주주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회계결산때 재무제표상에 스톡옵션의 변동사항을 알려줘 일반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만의 하나 선의의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올 하반기 중에 제도보완을 검토해보겠다" 고 밝혔다.

기획취재팀 = 하지윤.박장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