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중계유선TV 탈법 극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통합방송법이 시행되면 케이블TV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대형 중계 유선방송 업체의 불.탈법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TV 난시청 해소를 위해 설립된 이들은 허가외 채널을 통한 외국위성방송 무더기 송출,가입자수 축소신고, 불법 홈쇼핑 광고방송을 통한 부당이득 챙기기, 법으로 금지된 자체 제작 뉴스 보도 등 각종 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우선 가입자수를 축소신고해 매출액 일부를 누락, 탈세를 일삼는다는 의혹이 짙다.

부산 J유선은 지난해 8월 프로그램공급업자 (PP) 협의회 조사에서 가입자가 20만가구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무서에 신고한 98년 시청료 수입은 34억5천여만원으로 이 회사가 지난해 불법방송과 관련해 검찰조사 과정에서 밝힌 가구당 월평균 시청료 2천8백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가입자수는 10만2천여가구에 불과했다.

또 7개 사업자 통합 형태로 운영되는 창원 C유선은 PP협의회에 가입자수를 11만가구로 밝혔으나 이 회사의 지난해 세무서 신고액 28억원은 98년 월평균 시청료 2천5백원 기준으로 9만3천5백여가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광주 J유선방송도 PP협의회엔 가입자수를 14만가구로 밝혔지만 지난해 세무서 신고 수입은 22억8천여만원으로 평균 시청료를 2천8백원으로 하면 6만7천여가구밖에 안된다.

이에 대해 부산 J유선측은 "20만가구 가운데 우리 회사 가입자는 14만가구로 이중 30%는 무료" 라며 "나머지는 우리 방송을 받는 타회사 가입자로 시청료 일부만 우리가 받는다" 고 밝혔으며 창원 C유선측은 "실 가입자는 12만가구며 무료는 없다" 고 말했다.

광주 J유선방송 고위 관계자는 "PP협의회 조사는 아는 바 없다" 며 "가입자는 6만~7만가구 수준" 이라고 말했다.

중계유선업체 단체인 한국유선방송협회 이인석 (李仁石) 회장은 "PP협의회 실사만으로 가입자수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중계유선업체들이 이미 수차례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고 말했다.

또 일부 대형 중계유선업체들은 광고방송이 금지돼 있음에도 홈쇼핑 업체 광고를 내보내 막대한 불법이득을 챙기고 있다.

LG홈쇼핑 윤인모 (尹仁模) 부장은 "중계유선을 통한 홈쇼핑 업계의 연간 매출액은 1천5백억원 정도" 라며 "업계 관행대로 매출액 10%를 광고료로 보면 광고방송을 하는 중계유선업체는 연간 1백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셈" 이라고 말했다.

현행 유선방송관리법 및 지난 9일 개정되기 이전의 유선방송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은 중계유선이 12개 채널 범위 안에서 공중파 TV방송을 중계 또는 단순녹화 송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며 개정규칙도 31개 채널만 허가했으나 규모가 큰 중계유선업체 대부분이 이를 어기고 있다.

중계유선업체들은 "채널수를 늘려주면 법을 지키겠다" 고 해왔으나 17일 현재 강원도 원주의 W유선은 77개 채널, M유선방송 등 마산지역의 중계유선업체들은 40~55개, 광주 J중계유선.목포 M유선은 52개 채널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케이블TV가 방송위원회의 엄격한 감시를 받는 데 비해 이들 유선방송은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상업위성방송까지 여과없이 방영함에도 방송위 감시가 없어 청소년들이 일부 외국의 선정적 방송물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정보통신부 차양신 (車亮信) 방송위성과장은 "법규에 관계없이 채널수 제한은 시청자의 욕구를 무시한 규제였다" 면서 "규칙개정이 논의 중인 상황에서 불법여부 단속은 의미가 없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홈쇼핑 채널 운영 단속을 벌이고 있다" 고 했으나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정통부는 불법 채널 운영 단속에만 그쳤고 홈쇼핑 운영을 통한 부당이득은 단속하지 않았다.

한편 현재 국회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안 (案) 은 법 시행 6개월 뒤에 대형 중계유선업체가 케이블TV (SO) 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 안성규.강찬수.정철근.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