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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벨벳 골드마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런던의 한 록 콘서트 무대. 관객의 환호속에 모습을 드러낸 록스타 브라이언 슬레이드 (조나단 메이 라이어스) 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그는 진짜로 죽었을까. 그렇지 않다. 진짜로 죽은 게 아니라면, 대중으로부터 선망받아온 그는 왜 그런 모습으로 사라져야 했을까. 오는 28일 개봉 예정인 영화 '벨벳 골드마인' 은 70년대를 풍미한 한 록 가수의 가짜 암살극을 통해 대중스타의 상승과 추락의 드라마를 그린다.

뮤지션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스크린을 콘서트의 무대처럼 재현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 영화는 자신의 문화적 토양의 원천인 글램 록 (Glam Rock) 을 향한 감독 토드 헤인즈 (38) 의 사랑고백 같기도 하다.

글램 록은 60년대 반전, 인권 운동의 조류가 호소력을 잃고 향락과 소비문화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70년대에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은 음악 스타일. 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 젊은 이들의 욕망과 맞물려 글램 록은 양성애 (혹은 동성애) 의 옷을 입고 시각정을 강조한 무대와 의상을 통해 극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반짝이는 장식의 의상뿐 아니라 진한 화장에다 마약의 몽환이 얼룩진 글램 록의 무대에서 20세기 문화의 한 줄기를 찾아낸 감독은 7년동안 이에 대한 자료조사에 매달렸다고 한다.

영화는 뉴욕의 신문기자 아서 (크리스천 베일)가 블라이언 슬레이드의 암살 10주년 추모기사를 쓰기 위해 브라이언의 주변인들을 만나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접하는 과정을 좇는다.

한 록스타의 실종을 파헤치는 이야기 구조는 각기 다른 이들의 증언을 통해 한 사람의 비밀을 캐가는 오손 웰즈의 영화 '시민 케인' 의 퍼즐 구조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 뼈대를 감싸고 있는 것은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엮어놓은 듯한 영상이다.

또다른 록 가수 커트 와일드 (이완 맥그리거)가 객석의 환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옷을 벗어버리고 객석을 향해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무대 매너는 생생한 라이브 현장의 박동을 전한다.

록 뮤직의 회오리 속에서 영화는 두 남자 록 가수 슬레이드와 커트 와일드 (이완 맥그리거)가 시대를 거스른 사랑을 통해 동성애와 양성애 등 사랑에 대해서도 전위적인 관점을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 소닉 유스의 터스톤 무어를 비롯해 개성있는 록 아티스들의 대표곡들을 듣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챙겨볼 만한 음악영화. 화려하고 대담하지만 이야기보다는 감각적인 장면묘사에 치중했기 때문에 보는 이에 따라서는 아슬아슬하게 가벼워 보일 수도 있겠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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