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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장자 죽음 사상 달라…허센밍著 '죽음 앞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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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중국 사상의 두 축이라면 유가와 도가 철학이다. 이 두 사상은 서로 상반되면서도 보완작용을 해가며 중국인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해왔고 그들 고유의 전통문화와 가치관을 형성시켜왔다.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공자와 장자의 태도는 어땠을까. 중국 저장 (浙江) 대학 허센밍 (何顯明.철학) 교수가 쓴 '죽음 앞에서 곡한 공자와 노래한 장자' (현채련 외 옮김.예문서원.9천원) 는 죽음에 대한 두 인물의 사상을 탐색하며 이를 통해 중국인의 생각까지 읽어내고 있는 색다른 저서다.

결론은 제목에서부터 극명하다. 공자가 죽음에 대해 슬퍼하고 회피했다면 장자는 초월적 심정으로 대한다는 점이다.

공자는 죽음보다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마음을 분산시키지 말고 모든 주의력을 삶에 집중할 것을 가르쳤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공자가 죽음을 그의 생명철학 범위에서 배제시키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면서 한 예를 보여준다. 제자 안회 (顔回)가 죽었을 때 "아아!

하늘이 나를 죽이는구나! 하늘이 나를 죽이는구나" 라며 통곡했다는 일화다.

이 같은 반응은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 란 유명한 생사관 (生死觀) 을 피력한 공자가 취한 자연스런 반응이었을 것이며 저자는 공자가 그의 이론 체계에서 삶과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는 은연중에 중국인이 죽음을 회피하는 특징을 만들어냈으며 죽음의 절망보다 생명의 시간을 어떻게 향유할까란 중국인의 태도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장자의 죽음에 대한 태도 역시 한 일화를 통해 드러난다. 장자의 아내가 죽자 그의 친구 혜시 (惠施)가 조문을 갔는데 장자는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는 것이다.

유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자는 전혀 인정없는 사람으로 치부될 터이다. 하지만 장자는 "아내의 죽음에 어찌 애통하지 않겠는가" 라며 처음에 잠시 슬퍼하다 이성을 회복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 시작을 살펴보면 본래 생명은 없었네. 죽음은 사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내가 통곡한다면 이는 자연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것이네" 라고.

이같은 장자의 태도는 무정 (無情) 을 통해 시비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세속의 번뇌와 장애를 극복할 수 있으며 죽음의 공포를 벗어버리고 담박한 생명의 경지를 소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도가에서는 장생 (長生) 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데 이는 장생불사를 꿈꾸는 중국인의 의식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런 논리를 펴면서 두 사상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공자의 생사관에 대해 실존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한 "죽음을 모르고 어찌 삶을 알겠는가" 라고 말한 문구로 공격하는가 하면 장자의 생명철학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난세를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는 몰라도 민족의 생존의식이 된다면 그것은 커다란 재난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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