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前한글과 컴퓨터 사장 이찬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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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학시절 '글' 을 개발했던 심정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장도 말단 직원도 없이 모두가 동등한 개발자로 일하고 있죠. 유치원생이 인터넷을 TV처럼 쉽게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한때 '한국의 빌 게이츠' 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찬진 (李燦振.34)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 10년간 몸담았던 한컴을 떠나 최근 인터넷업체인 '드림위즈 (꿈의 마법사)' 를 설립, 새 출발에 나선 그를 서울 삼성동의 혜강빌딩 17층 사무실에서 만났다.

옛 한컴의 '동지' 20여 명과 함께 자본금 20억원의 벤처기업으로 이달 중순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그는 "이제부턴 초보 벤처기업가로 봐달라" 고 주문했다.

그래서 드림위즈에는 임원은 물론 사장 방도 없다. 계약직 여직원이나 사장, 모두 똑같은 책상과 PC를 쓴다. 회의도 아래 사람이 소집해 주재하기도 하고 임원도 실무 아이디어를 낸다.

출퇴근은 자율이지만 사무실은 항상 대학 도서관처럼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한컴을 만들어 국내 첫 '밀리언 셀러' (소프트웨어 매출 1백억원) 기록을 세우는 등 무수한 화제를 뿌렸던 李사장이었다.

국내 제1호 벤처 신화를 남겼고,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금배지를 달았으며, 당대 최고의 인기 탤런트인 김희애씨와 결혼도 했다.

"국회의원, 제가 하고 싶어 한 것도 아니고 다시는 생각 안 합니다. 결혼도 보통 사람처럼 한 여인이 좋아서 했고 행복하게 삽니다. "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며 지하 식당에서 쿠폰을 내고 3천원짜리 된장 백반을 먹는 李사장은 그러나 "연말까지 가입자가 1백50만명은 될 것" 이라며 예전의 자신감을 그대로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나리오가 중요한 것처럼 인터넷도 이용자가 쓰기 편하고 원하는 정보를 담아야 성공합니다. 경품이나 무료 서비스는 당장은 몰라도 결국 질을 떨어 뜨려 외면당하게 되죠. " 그가 제2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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