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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비워라, 복 들어올지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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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우리의 나약함은 거의 절망 수준이다. 남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에게조차 속내를 얘기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는 분이 “나이 들면 소심해집니다”라 하셨는데, 내 생각엔 소심함이 꼭 나이 탓만은 아닌 듯하다.

신현림이 읽어주는 시 한 편 행복한 마침표

그 소심함, 나약함이 누구에게나 병균처럼 깃들어 있다. 생활 속에서 쓸데없이 끌고 다니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가 살펴보라. 마더 테레사는 “검소한 생활을 하면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검소한 생활을 하면 눈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적어지므로 잡다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된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검소한 생활. 정말 아끼는 것만 가지고 심플하게 사는 것, 정말 멋질 것 같다.

이것을 알면서도 잘 쓰지 않으면서 10년째 갖고 다니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가. 언제든 쉽사리 이사 갈 사람처럼 살고 싶다. 우리 집은 책이 엄청나게 많아 처치 곤란일 때가 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빼든 풍수인테리어. 그 책에서 눈길을 끌던 대목들….

1.집 안에 모든 문은 장애물이 걸리는 일 없이 잘 여닫혀야 한다.

2.집을 살 때 욕실이 집 한가운데 있는 집은 피한다.

3.현관문을 열었을 때 마주보는 곳에 화장실이 있으면 좋지 않다.

4.창문 너머로 묘지나 병원이 보일 경우,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단다.

5.집 안이나 사무실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를 갖다 버린다. 어디든지 항상 예비 삼아 빈 공간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새로 살 책을 위해, 새로 살 옷을 위해.

6.맛이 간 물건, 얼룩진 셔츠 등 사소한 것들 때문에 괜히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7. 사무실이든 집이든 필요할 만한 곳마다 반드시 쓰레기통을 준비해둔다.

여기서 1, 5, 6번에 걸린다. 버리는 것도 기술이고 훈련임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사실 풍수를 과신하지 않지만, 꽤 설득력 있다고 믿는다. 내 몸이든 집이든 기(氣)가 막힘 없이 잘 흘러야 만사형통이다. 술술 풀리는 기운은 자신감을 주고, 속이 트이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한다니,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시 못할 일이다.

행복은 자신과 생활을 되돌아봐야 보이는 것. 삶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별하고, 쓸데없는 욕망이나 야심, 걱정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쓸데없는 것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이 사라진다.

김정환

1954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후 힘이 넘치는 왕성한 필력으로 『지울 수 없는 노래』 『하나의 二人舞와 세 개의 一人舞』 『황색 예수전 1, 2, 3』 『해방 서시』 『텅 빈 극장』 『순금의 기억』 등 20여 권의 시집과, 소설로 『세상 속으로』 『그 후』 『사랑의 생애』, 음악 교양서 『클래식은 내 친구』, 문학 창작 방법론 『작가 지망생을 위한 창작 강의 일곱 장』, 역사 교양서 『20세기를 만든 사람들』, 역사서 『상상하는 한국사』 등 다양한 방면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한국문학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신현림 시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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