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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맥짚기] 주상복합아파트 평수제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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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금단 (禁斷) 의 지역 그린벨트도 풀어 제치는 시대에 주택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는 해묵은 규정 하나가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때 주택 전용면적을 가구당 평균 1백50㎡ (45.5평) 를 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바로 그 것이다.

너무 대형만 짓게 되면 계층간 위화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취지에서 지난 94년에 마련된 규정이다. 당시 시각으론 그럴듯한 취지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대개 알짜 상업지역에 건립되고 있어 소형을 지을 경우 수요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채산성도 맞출 수 없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땅값이 비싸 부유층을 겨냥한 대형 고급 아파트를 지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큰 인기를 모았던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여의도의 트럼프 월드.구의동의 쉐르빌 등이 대표적인 주상복합 아파트들이다.

이들 아파트는 60평형 이상의 대형이고 일부에서는 1백평형이 넘는 초대형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대형만 짓는데 어떻게 면적제한 규정 (가구당 평균 면적 45.5평이하) 을 지킬 수 있을까. 물론 규정을 지키기 위해 20~30평형짜리 중.소형도 지었다. 다만 대형 평수 분양 촉진을 위해 이들을 감춰놓았을 뿐이다.

고급 아파트에 소형이 끼면 대형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업체들은 남아 있는 중.소형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에 빠져있다. 당초 대형을 분양할 때 이런 작은 평수가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알리지 않아 대형 계약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새로 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도 여간 걱정이 아닌 모양이다. 업체들은 면적 제한규정이 있는 한 더 좋은 집짓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일반 아파트에도 소형 평수 의무비율이 폐지됐는데 부유층을 겨냥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굳이 이 제한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관련 업계의 불만이다.

사실 규제를 풀면 일시적으로 초대형 아파트 건립붐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공급과잉으로 집이 안팔려 업체들은 중.소형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너무 비싼 집을 잔뜩 내놓으면 기존 주택시장을 자극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은 세금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큰 평수일수록 재산세를 많이 매기면 불필요한 가수요가 사라지게 돼 시장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주택정책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점을 정책 당국자는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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