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노인정 찾아 자장면 대접 정현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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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맛있게 드시니 오히려 제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제 형편이 좋지 않아 자주 대접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 광주시 남구 방림동의 중국요리집 '아주반점' 주인 정현태 (丁玹泰.35) 씨가 자신도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우노인 등에게 매월 두 차례씩 자장면 등을 대접해 화제다.

丁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가게가 쉬는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점심때면 같은 동네의 무의탁노인 무료급식소인 '성 요셉의 집' 을 찾는다.

형제처럼 지내는 종업원 이화용 (李和容.24) 씨와 함께 정성들여 면발을 뽑고 자장을 볶아 가지고 가 노인들에게 한 그릇씩 안겨주고 있는 것.

많을 땐 3백여명, 적을 땐 1백50여명의 노인들이 '자장면 봉양' 을 받고 있다. 또 방림2동 노인정에 매월 20일이면 어김없이 자장면 30여 그릇을 공짜로 보내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별식을 즐기게 하고 있다.

丁씨의 선행은 자신의 형편이 넉넉하기는커녕 매우 곤란해 더욱 값지고 돋보인다. 가게는 16평 크기의 셋집에 탁자는 두 개뿐이다.

부인 김선해 (金善海.33) 씨와 5세.2세짜리 아이 등 네 식구가 사는 집도 월 17만원짜리 단칸 사글셋방이다. 5남5녀의 아홉번째로 태어나 중학교만 마친 채 17세 때 부산으로 가 중국요리집 배달원 생활을 거쳐 주방일을 배운 뒤 지난 95년 지금의 가게를 차렸다.

"요리기술이 있으니 우리 가족이야 굶어죽을 일은 없을 테고 젊으니까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되지않습니까. 동네사람들 덕분에 먹고사니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늉만 낼 뿐입니다. "

丁씨는 이밖에 동네 소년소녀가장들의 집을 수시로 찾아가 용돈을 주거나 쌀을 주기도 한다. 성 요셉의 집 이프로타시오 (43) 수녀는 "丁씨 자신의 형편이 힘든 것을 알고 말리기도 했으나 매월 두 번씩 꼬박꼬박 노인 수백명의 점심을 챙겨오고 있다" 며 "여간 고마운 사람이 아니다" 고 말했다.

광주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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