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산차 수출 1천만대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국산 자동차의 해외수출이 1천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76년 7월 현대자동차가 포니 택시 5대를 에콰도르에 공급하면서 시작된 국산차 수출 누계가 23년만에 1천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에 이어 세계 9번째로 대규모 자동차 수출국에 합류하게 됐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산차 수출 누계는 1천24만3천5백28대로 집계됐다. 정확한 날짜는 잡히지 않지만 '감격의 그날' 은 5월말께였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연말이면 자동차 수출 누계는 1천1백만대를 넘어서고, 2005년이 되면 2천만대를 돌파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어떤 차가 많이 팔렸나 = 1천만대 수출의 선봉장 역할을 한 것은 단연 현대차의 엑셀. 80년대 중후반 국내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던 엑셀은 때마침 북미시장에 조성됐던 소형차 붐을 타고 10년 동안 1백83만여대를 팔았다.

20여년 동안 해외에 수출한 국산차 5.5대 가운데 1대가 엑셀이었던 셈. 그 뒤를 이은 것은 현대의 엑센트. 90년대 중반 주로 유럽.동남아시장을 공략한 엑센트는 5년간 1백만대 이상을 수출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동메달' 은 기아의 프라이드에로 돌아갔다. 86년 수출전선에 나선 프라이드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남아.중동시장 등에 수출되고 있다. 이 '장수 상품' 의 수출 누계는 52만여대.

그러나 소형차가 선도했던 국산차 수출 전선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중형차.미니밴 등이 '효자 차종' 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은 소형차에 비해 고부가가치인 데다 '싸구려 차' 라는 국산차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주요 수출 대상지역에도 변화가 있었다. 70~80년대 북미시장에 한정됐던 수출 판로가 90년대 들어 크게 다양화했다.

이젠 국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은 북미시장이 아닌 서유럽시장 (33.9%). 반면 북미시장에 대한 국산차 수출은 지난 90년부터 9년 사이 72.4%에서 18.7%로 크게 줄었다.

또 최근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시아시장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의 국산차 수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 향후 수출전선 전망 = 올해 국산차의 수출은 원화가치의 상승, 중남미 및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기침체, 국제유가 (油價) 상승, 중국 위안 (元) 화 평가절하 문제 등 각종 악재 (惡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10% 가량 증가한 1백5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경직됐던 무역금융이 완화됐고 최근 경쟁력있는 신차가 많이 개발된 데다 북미 신시장 개척에 대우.현대 등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

이에 대해 자동차공업협회의 김소림 (金小林) 부장은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자동차 수출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면서 "이는 국산차의 수출산업화 기반이 더욱 든든해졌음을 의미하며 자동차 산업의 살아나갈 길을 제시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불거진 대우그룹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오는 2005년께엔 수출 2천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덧붙였다.

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