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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을 다스리지 못한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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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영이의 그림. 벌레와 쥐가 있는 감옥에 갇힌 범인이 망치로 맞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범인이 처벌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30일 한국 사회는 ‘나영(8·가명)’이 사건으로 하루 종일 들끓었다. 전날 법원이 나영이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조모(57)씨에게 징역 12년 형을 확정한 데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급기야 대통령과 주무장관까지 나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참담한 심정을 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런 반(反)인륜적 범죄자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그런 사람들은 평생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마음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조씨를 가석방하지 않고 ‘전자발찌 7년간 부착’ 명령을 철저히 집행하겠다고 했다. 인터넷에서는 ‘아동 성폭행을 법정최고형으로 처벌하고 피해보상까지 하게 하자’는 청원 운동이 벌어져 이틀 동안 30만 명 넘게 서명했다. 현행 형법은 성폭행범에 대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홍주(법무법인 사람과 법) 변호사는 “현행 법 조항이나 양형 기준으로 볼 때 재판부가 낮은 처벌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다만 조항·기준이 국민의 법 감정·의식과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 성폭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을 시급히 고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영이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학교를 가던 중 조씨에게 성폭행을 당해 장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손실돼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다.

장정훈·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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