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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공무원들 자리 옮기다 날 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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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4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임용된 A사무관은 지금까지 같은 업무를 6개월 이상 한 적이 없다. 교직발전기획과에 첫 발령을 받았지만 6개월도 안 돼 인재정책총괄과로 옮겼다. 인재정책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외부기관으로 파견을 나가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1월 정기인사 때는 학생장학복지과로 옮겨 생소한 일과 4개월을 씨름했다. 그런데 5월 직제개편 때 다시 인재정책기획과로 발령이 났다.

B과장도 보직변경이 잦았다. 지난해 3월부터 교육 관련 부서 세 곳(대학자율화총괄팀장·교육복지기획과·교직발전기획과)을 돌았던 그는 5월 초 지방과학팀장이 됐다. 과학·교육 담당 인력을 교류하는 융합인사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새 일을 익힐 겨를도 없이 이달 초 업무성격이 다른 과학기술문화과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겼다.

교과부 공무원들이 빈번한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으로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민주당) 의원이 교과부 5급 이상 공무원 42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 부처 통합(옛 교육인적자원부+과학기술부) 이후 올 9월까지의 인사이동(조직개편 포함) 현황을 분석해 30일 발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18개월간 두 번 이상 자리를 옮긴 공무원은 181명으로 전체의 42.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세 번 일이 바뀐 공무원은 58명, 네 번은 12명으로 집계됐다. 3명은 다섯 번, 한 명은 여섯 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특히 18개월 동안 173명(40.6%)은 한 부서에서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조직개편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업무를 3개월도 못하고 부서를 옮긴 공무원은 122명(28.6%)이었다.

이 때문에 “인사하다 날 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다양화, 사교육 대책, 과학인재 육성 등 주요 정책이 잦은 인사로 탄력을 잃고 업무 차질과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한 공무원은 “산하기관(75개)을 포함해 부처 규모가 큰 것을 감안해도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너무 잦다”며 “일의 성격이 다른 부서로 자주 옮기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1년에 세 번이나 일이 바뀌어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며 “조직을 자주 흔들다 보니 본인의 의지나 업무 연속성과는 상관없는 인사가 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안 의원은 “잦은 인사이동으로 백년대계(百年大計)여야 할 교육정책이 일년소계(一年小計)도 안 돼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며 “업무 비효율성과 상사 눈치만 살피게 하는 잘못된 조직문화를 불러오는 원칙 없는 인사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이진석 인사과장은 “5월 대규모 직제개편 때문에 인사 폭이 컸지만 부서명만 바뀌었을 뿐 같은 일을 하는 직원도 많다”며 “앞으로는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위해 일정기간 동일 부서 근무 원칙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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