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먹여살릴 ‘돈 되는 디자인’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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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에는 국내의 패션과 산업 디자인 관련 업체 중 62%인 1545개가 몰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 종업원이 채 4명이 되지 않는 데다 연간매출액도 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영세업체들이다. 박영순(61)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은 “디자인 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적은 투자비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업체들이 영세해 투자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또 각 대학이나 전문학원에서 디자인 관련 인력이 매년 배출돼도 이들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해 재능을 썩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준기(50) 한국디자인기업협회장은 “영세업체들은 전문인력을 채용할 형편도 안 되고 자금도 부족해 판로 개척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의 집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30일 디자인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제2단계 디자인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디자인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디자인이 서울을 먹여 살리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옥외광고물과 공공시설물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디자인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디자인기업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어난다. 시는 2011년까지 총 1181억원을 투입해 ‘디자인산업 4대 거점지구’를 육성키로 했다. 마포 홍대지구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DDP)지구·구로 디지털산업단지·강남 신사동지구가 선정됐다.

홍대는 ‘디자인 창작 중심지구’가 돼 디자인 관련 시설 건립 시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지며 창작 공간도 들어선다. 강남 가로수길 일대는 ‘디자인트렌드 선도지구’로 지정돼 디자이너 간 세미나 및 연구 지원이 활발해질 것 같다.

디자인 인프라가 부족한 구로 지역은 ‘디자인상품화 거점지구’가 된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디자인 컨설팅과 디자인 개발비용을 지원받는다. 영세디자인 업체가 밀집한 동대문 지역에는 종합디자인연구센터가 들어서게 돼 첨단 디자인을 보급하는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또 디자인기업 1곳당 최대 5억원까지 3%의 저리로 매년 총 200억원을 특별융자하고 100억원 규모의 디자인기업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또 내년 초에는 디자인마케팅 전문가 5명이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서울디자인마케팅센터도 디자인재단 내에 설치된다. 우수한 디자인을 가졌지만 마케팅 능력이 모자라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홍연 디자인기획담당관은 “디자인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에서 발주하는 각종 사업, 특히 기술용역 설계 시 디자이너 참여를 의무화하겠다”며 “연간 1000여 건 넘는 심의에 디자이너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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