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알짜·쭉정이주식 여자눈은 못속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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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현대증권에서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리서치센터에는 여성 3총사로 구성된 '드림팀' 이 있다. 팀장인 조윤정 (趙允偵.31) 씨를 포함해 윤청우 (尹淸雨.30).안준아 (安晙我.27) 씨가 그 주인공.

현대증권은 최근 조직을 정비하면서 리서치센터를 9개의 팀으로 나눴는데 정태욱 (鄭泰旭) 본부장은 "내수업종은 아무래도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잘 안다" 며 음식료.제약.화장품 등의 업종분석을 이들에게 맡긴 것. 이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은 물론 승부욕이 특히 강한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趙팀장은 지난해 교보증권에 있을 때 남성 성기능과 관련이 있는 태평양제약의 SS크림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내면서 고객들이 직접 시험해볼 수 있도록 샘플을 나눠줘 화제가 되기도 한 인물. 趙팀장의 신조는 발로 뛰면서 두 눈으로 확인하는 살아있는 보고서를 쓴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몸이 몹시 불편한 상황에서도 모제약회사 연구진을 만나러 갔다와서 사흘간 입원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다음에 만나지 그랬냐" 는 주변의 충고에 趙팀장은 "얼마나 어렵게 잡은 약속인데 포기하느냐" 며 일축해 "독하다" 는 평을 듣기도 했다.

보스턴대 국제무역학 석사, 포드햄대 경영학석사 (MBA) 인 尹씨와 캐나다 교포출신인 安씨는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해 국제 마케팅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문이 좁은 것으로 알려진 애널리스트 (증권분석가) 분야에 최근 의욕적인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직 증권사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모두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젊고,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 등으로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현주펀드로 유명한 미래에셋은 지난달 채권 애널리스트로 안선영 (安善鍈.23) 씨를 특채했다.

대학시절부터 증권에 관심이 있어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IJC사의 홍콩지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安씨는 "여성 애널리스트가 특히 귀한 채권분야에서 업계 1인자가 되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미래에셋 박현주 (朴炫柱) 사장은 "앞으로 安씨를 비롯해 여성 애널리스트를 집중적으로 키워낼 것" 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최근 제약담당 애널리스트에 약사 출신인 홍소영 (30) 씨를 스카우트했다. 洪씨는 "약도 알고 기업의 재무제표도 알고 싶어 애널리스트를 지원했다" 며 "제약업에 대해 통계수치만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겠다" 고 말했다.

이밖에 대우증권에서 종금.리스업종과 코스닥 종목 분석을 맡은 차상미 (車尙美.25) 씨도 주목받는 인물. 신입사원인 車씨는 조사부에 발령받자마자 별도의 교육기간 없이 자기 업무 영역을 배정받았다.

HSBC 은행에서 잠시 근무한 경력이 감안되긴 했어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주변의 평. 車씨는 "앞으로 금융업에 관한 한 내가 만든 보고서를 꼭 봐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 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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