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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수파 반격… 수만명 반개혁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란의 개혁을 촉구하는 학생 시위가 7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회교 강경 보수파들은 14일 수만명의 지지자들을 동원, 관제 시위를 벌이는 한편 시위과정에서 체포된 학생들을 반혁명죄로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개혁파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이날 수만명의 시민들은 고위 이슬람교 성직자들의 연설을 듣기 위해 테헤란 시내 곳곳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위선자들에게 죽음을" "우리의 피는 지도자에게 바치는 선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이자 보수 강경파를 이끌고 있는 아야툴라 하메네이의 사진을 흔들며 지지를 표했으나 시위 현장에 참석한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등 개혁파 지도자들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는 의회내 다수를 점하는 보수파 이슬람 연합당 (ICS).이슬람시민당 (ICP) 등과 이슬람교도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하메네이는 이날 라디오 및 국영TV 방송을 통해 학생시위를 "미국을 비롯한 비열하고 사악한 이슬람교의 적들에 의한 선동에 따른 것" 이라고 비난한 뒤 "치안군과 이슬람 민병대는 학생시위를 진압하고 공중질서를 확립하라" 는 명령을 내렸다.

알리 샴하니 국방장관도 "종교 세력은 치안회복을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 며 학생시위에 대한 무력진압 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하타미 대통령은 보수파의 결집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는 "학생 시위가 정부의 시위 금지령을 무시하고 계속된다면 결국 무력으로 진압될 것" 이라며 학생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학생 조직인 '연좌 학생 평의회' 는 시위대를 향해 "보수파의 반격이 우려된다" 며 "당국과 협상할 시간을 갖기 위해 오는 17일까지 시위를 중단하자" 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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