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상반기결산] 이창호 한국 최고승률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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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기록제조기' 이창호9단이 올 상반기에 22승2패를 거두며 한국 바둑사상 최고승률인 91.7%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같은 승률을 유지한다면 이9단은 34년동안 1위를 고수해온 김인9단의 기록을 깨뜨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연간 최고승률은 김인9단이 자신의 전성기인 65년도에 세운 90.0%.당시 5단으로 22살이던 김9단은 27승3패의 탁월한 전적으로 꿈의 90% 승률을 달성했는데 올해 그 기록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기록은 아직 멀다. 일본의 사카다 에이오 (坂田榮南) 9단이 64년도에 세운 93.8% (30승2패) 라는 전설적인 대기록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사카다9단은 일본바둑의 황금기라 할 50~60년대에 우칭위안 (吳淸源) 9단.후지사와 슈코 (藤澤秀行) 9단등 강력한 실력자들과 타이틀을 겨루면서도 이같은 대기록을 작성한 인물. 매우 날카롭고 실전적인 기풍으로 오늘날 세계를 풍미하는 '한국류' 와 비슷한 바둑을 두었던 그는 '면도날 사카다' 또는 '무적의 사카다' 로 불렸다.

훗날 린하이펑 (林海峰) 9단에 밀려 서서히 사라지게 됐지만 세계프로기사중에선 가장 먼저 1천승에 도달한 강자중의 강자였다.

갓 입단한 초단.2단들은 약한 상대들을 연속 만나 어쩌다 놀라운 기록을 세울 수 있지만 끝없이 도전에 직면하는 정상의 기사로서는 80%를 넘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지난해의 기록을 보더라도 세계최강의 자리를 굳힌 이창호9단의 승률은 76.6%였고 이것으로도 그는 고단자중 승률 1위를 차지했다. 또 일본바둑의 일인자인 조치훈9단의 승률은 더욱 낮은 57%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세계최연소타이틀획득 (14세)' '세계대회최연소우승 (16세)' '최다관왕 (13관왕)' '최다연승 (41연승)' '연간최다대국 (1백11국)' '연간최다승 (93년.90승)' 등 숱한 세계기록을 만들어온 이창호에게 불가능은 없어보인다. 어쩌면 올해가 사카다의 기록마저 깨뜨려버릴 절호의 기회인지 모른다.

우선 22승2패라는 현재까지의 전적이 워낙 좋다. 앞으로 10연승을 추가하면 사카다와 타이기록을 세우게 되고 그후 연말까지 같은 승률을 유지하면 공전의 대기록이 만들어지게 된다.

올 상반기 승률에선 이9단과 함께 유창혁9단이 85.7%로 발군의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다승분야를 보면 젊은 신예강자들이 10위 이내를 거의 휩쓸고 있다. 저단자들에게 대국 기회가 더 많이 부여되기 때문인데 9단중에선 이창호 혼자만이 7위에 끼어있을 뿐이다.

다승1위는 신인왕 타이틀을 따낸 김만수4단. 그는 28승6패로 2위 김성룡6단을 2승차이로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승률에서도 82.4%로 3위를 지키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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