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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혐의 서용빈 '배트와 외로운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경기도 구리에 있는 프로야구 LG의 훈련장.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그라운드의 신사' 서용빈 (LG) 은 어눌한 발음으로 더듬더듬 말했다.

"여기서는 희망이 안보여요. 고민과 한숨뿐이죠. " 감색 선글라스에 호쾌한 방망이를 휘두르며 LG의 좌타 라인을 이끌던 서의 매서운 눈빛은 오간데 없었다.

서는 지난 3월 병역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두문불출했다. 명예도 잃었고 건강도 잃었다. 그러나 평생 한가지만 알고 살아온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은 '야구를 못할지도 모른다' 는 불안감이었다. 마냥 달력만 보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6월부터 구리훈련장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오후 1시부터 하루 2시간 가량 러닝과 함께 가볍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병역을 피하려 했던 죄에 대한 벌은 생각보다 컸다. 서는 브로커에게 사기당해 거금을 날린데 이어 구단지정 변호사와의 의견충돌로 재판기간까지 길어졌다.

또 LG 천보성 감독은 지난 4월초 그가 보석으로 석방되자 "서용빈을 올시즌 전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고 말해 재활의지를 꺾기도 했다. 게다가 약혼자인 탤런트 유혜정씨와 함께 출연한 전자제품 광고 모델료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서용빈은 혹독한 죄가를 치르면서 교훈도 얻었다. 구속기간이나 숙소에 침잠해 있는 동안 많은 책을 읽고 책 속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내고 있다.

극진하게 옥중수발을 든 유혜정씨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함께 나눌 평생의 반려자라는 확신도 얻었다.

암담한 가운데 서는 차분하게 복귀 프로그램을 세워놓고 있다. 8월말 결정될 공판결과에 따라 올 연말께 '서용빈의 두번째 야구인생' 을 시작할 예정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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