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전업작가 지원이 구휼사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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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학적 역량? 응모자가 모두 기성작가인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문학성을 가린단말입니까. 더구나 완성된 작품과 집필계획서만 제안한 작품을 어떻게 나란히 평가합니까. 어려운 생활여건? 생활수준을 증명할 어떤 서류 제출도 없이 생활이 어려운지 어떻게 압니까. "

최근 문예진흥원이 발표한 'IMF불황극복을 위한 문학분야 특별지원사업 대상작가 선정' 에 강한 불만을 품은 한 작가의 말이다.

'경제적 여건으로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업작가들' 을 대상으로 한 이번 지원사업은 10억원의 예산을 95명에게 각 1천만원씩 지원하는 내용. 예산이 배정된 작년말부터 문학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라면 빠짐없이 화제가 된 이번 사업에는 총6백45명의 작가가 응모, 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문예진흥원측은 사후 공정성 시비 등을 우려, 심사위원선정부터 골머리를 앓은 것이 사실. 하지만 문학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신청자들의 생활실태 실사에 나설 수도 없는 일이고, 경제적 어려움만 강조하다보면 창작지원의 대의가 무색해지리라는 것이 문예진흥원의 초기 입장이었다.

한창 활동중인 30, 40대 작가들에 비중을 두어 선정이 끝난 지금, 뜻있는 문학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문학적 역량' 과 '어려운 생활여건' 사이의 묘수없는 해법찾기가 아니라, '1회성 빈민구휼사업' 의 성격이 짙은 지원제도 자체의 개선이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한 시인은 "낼 수 밖에 없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신청을 했지만, 정말 부끄러운 방식" 이라면서 "창작집의 공공도서관구매같은 작품지원책으로 전환됐으면 좋겠다" 고 의견을 내놨다.

심사에 참여한 소설가 박범신씨는 문학지원에 나선 정부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상상력이 부족한 방식" 이라고 표현했다.

10억원의 추경예산이 확보돼, 하반기 중 한차례 더 실시될 전업작가 지원사업에 어떤 개선이 있을 지 궁금하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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