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오잘란 사형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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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터키정부가 궁지에 빠졌다.

쿠르드족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 (50)에 대한 사형선고 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 등에서 즉각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섰고, 쿠르드족의 항의시위는 언제 유혈폭동으로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터키 보안법원이 29일 오잘란에 대해 반역.살인 등의 유죄판결과 함께 사형을 선고한 직후 그가 수감돼 있는 터키 임랄리섬 주변 항구와 쿠르드족 밀집지역인 터키 남동부에서는 쿠르드족의 항의시위가 발생했다.

그러나 오잘란이 이끌던 쿠르드노동자당 (PKK) 은 아직 신중한 태도다.

항소심.의회승인 등 사형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몇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혈투쟁은 일단 유보한 채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시위만을 지시하고 있지만 격분한 쿠르드인들이 순순히 따를지는 의문이다.

유럽내에 흩어져 있는 쿠르드족의 반발 역시 터키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

오잘란을 체포할 때도 쿠르드족의 격렬한 유혈시위로 곤욕을 치른 프랑스.독일.노르웨이 등이 오잘란 사형집행을 반대하고 나선 것. 유럽연합 (EU) 의장국인 독일은 "오잘란을 사형에 처할 경우 터키의 회원가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대변인도 "영국은 EU 회원국들과 함께 오잘란을 포함한 모든 사형수들이 종신형으로 감형되도록 터키당국에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 이라고 발표했다.

오잘란을 '국제적 테러리스트' 로 규정해 온 미국조차 재판이 '합법적' 으로 진행됐다고만 밝혔을 뿐 판결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않고 있다.

오잘란 체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30일 쿠르드족의 공격에 대비, 터키 이스탄불과 아다나 주재 영사관 두 곳을 잠정 폐쇄하는 등 해외공관들에 대해 비상경계령을 발동했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오잘란에 대한 사형판결이 "공정한 재판을 촉구한 국제기준을 위반했다" 며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실시하라고 터키당국에 촉구했다.

터키 내의 여론도 일방적이지만은 않다.

물론 대다수는 '공적 1호' 인 오잘란의 사형집행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성향의 일간지 라디칼은 사설에서 "그 (오잘란) 를 목매달 경우 오잘란은 박해의 상징이 되고 터키는 고립될 것" 이라며 '사형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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