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밀 핵시설 IAEA 사찰 거부 땐 추가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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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에서 시위대가 이란의 핵무기 제조 중지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자신이 제안해 마련된 이 협상을 앞두고 21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앞으로 서신을 보내 기존에 알려진 나탄즈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 외에 새 시험용 우라늄 농축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통지했다. 제2의 핵 시설 위치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서방측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으로부터 남서쪽으로 160㎞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내년까지 3000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선임 연구원은 “이란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비밀 핵 시설의 존재를 파악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IAEA에 자진 신고했다”며 “10월 1일 제네바 회의가 결렬되면 이 시설은 이란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부여하는 추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BBC는 “이란이 제2의 핵 시설을 숨기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그동안 “우리 핵 프로그램은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평화적인 용도에 한정된 것”이라며 서방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거부해왔다. 또 “다음 달 1일 협상에서도 핵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서방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강행할 경우 유엔을 통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바마, 강력 경고=전날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에서 ‘핵무기 확산과 핵실험을 막는 결의안 1887호’를 중국·러시아 등 15개국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핵무기 위험 없는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경한 목소리로 이란을 규탄했다. 그는 25일 성명에서 “이란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이란이 이러한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후 “이 역사적 결의안은 우리가 공유해 온 핵무기 없는 세계 구현이라는 약속을 명문화시킨 것”이라며 “4년 이내에 모든 위험성 있는 핵물질을 제거하는 세계적 노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면 공개 촉구=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도 이란이 비밀 핵 시설을 IAEA 사찰관들에게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정상은 25일 오바마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은 12월까지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규정을 준수하든지, 제재를 받든지 해야 한다”며 “이는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이란에 대해 계속 속임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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