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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정비 왜 했나] 부처'쌈짓돈'식 방만운영 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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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29일 기금제도 정비방안에 착수한 것은 기금이 예산을 뒷받침하는 '제2의 예산' 에서 어느덧 국가 재정운영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음을 의미하고 있다. 예산의 두배를 넘어서는 규모로 불어난 기금을 재정의 통제범위로 끌어들이고 중복투자와 관리소홀로 빚어진 방만과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얘기다.

◇ 정비 배경 = 기금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예산 (일반회계+특별회계) 과 함께 엄연히 국가재정에 포함돼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회 의결이 필요없고 부처별로 장관이 재량껏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금은 지난 61년 도입된 이후 3개에서 75개로 늘어났다. 또 조성 규모는 2백77조원에 달하며 이중 융자금.예치금을 뺀 올 한해 운용 규모는 예산 (80조원) 의 2.1배인 1백71조원에 달한다.

그 사이 부처들은 '재량껏 쓰기 쉽다' 며 경쟁적으로 기금 도입을 남발해 국민들로부터 회비.기부금.부담금 등의 명분으로 기금을 끌어모았다.

특히 예산과 기금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지 못하고 칸막이식으로 운영돼 재정 운영의 경직화를 초래했다. 또 방만한 운영으로 기금적자가 확대되면서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방만한 기금 운영 = 중복투자와 예산낭비는 대부분의 기금에 만연돼 있다. 고유사업과 기금확대는 뒷전으로 미루고 무리한 주식투자 (문예진흥기금)에 몰두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기금.보훈기금 등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봤으며 교통안전공단은 설비투자에만 2백억원을 쏟아부어 리빙케이블TV를 개국, 현재까지 적자를 내고 있다.

불과 2년후 기금이 고갈될 처지에 빠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에 손을 대면서 공무원이 지난 82~97년중 1.5배 증가한 사이 공단인력은 3.4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민체육진흥기금.재외동포기금 등도 인력.조직이 방만한 것으로 지적됐다.

◇ 공적연금 개선 = 부담은 적고 혜택은 많게 하는 원초적인 설계 결함을 갖고 있다. 군인연금은 이미 지난 73년 거덜났고 공무원연금은 2001년, 사학연금은 2017년, 국민연금은 2032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일단 ▶급여산식의 차이 및 직역연금의 지급개시 연령에 제한을 두고 ▶국민연금과 직역연금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개혁방안을 제시했으며, 연말까지 4대 연금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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