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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생산력 정치권서 끌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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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동안 껄끄러운 사이로 비춰졌던 이헌재(얼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열린우리당의 386 국회의원들이 21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토론했다.

관계를 개선하고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어렵사리 만든 자리였다.

이날 만남에는 열린우리당 이광재.서갑원.김현미.한병도.이상민.최재천.윤호중.김태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재경부에서는 이 부총리와 김광림 차관, 박병원 차관보 등이 나왔다.

이들은 당초 서울 장충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토론회 때문에 이 부총리의 일정이 늦어진 데다 외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장소를 옮기는 등 철저히 비밀을 유지했다.

서갑원 의원은 "이날 모임은 우리가 이 부총리에게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우선 386세대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포럼에서 '386세대 경제 무지론'을 펼쳐 386 의원들과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아가기 때문에 이들이 강한 책임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그는 (참석한 의원들에게) "앞으로 10년 뒤에는 여러분 세대가 나라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청.장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의원은 "386과의 갈등은 원래부터 없었기 때문에 해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참여정부를 좌파로 보는 시각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2004년 미국 민주당의 정책강령을 참석한 의원들에게 돌리고 미국 민주당과 우리 정부의 정책적 차이를 설명했다.

"미국 민주당 정책의 근간은 대부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은 훨씬 좌파적이다. 이와 비교해 참여정부를 좌파로 보는 것은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이 부총리는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예측가능한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 체계가 어떻게 될지 (국민에게) 충분히 예고하고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서는 "자산 규모가 4조원대인 그룹들이 규제(5조원부터 규제 대상)를 받을까봐 자산을 늘리지 않고, 투자도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면서 "기업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기금에 주식 투자를 허용하고 사모 펀드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참석한 의원들에게 법 개정 시 협조를 당부했다.

이 부총리는 "한나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치공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의 중추인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세대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끌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도 경제정책에 대한 수용능력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며 "정치권이 이들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서갑원 의원은 "신뢰관계를 쌓은 유익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병도 의원은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이 부총리의 생각도 우리 못지 않게 젊더라"고 말했다.

김종윤.김정욱.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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