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과장급 2,400명 대화] 공무원 달래기 9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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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과장급 공무원 2천4백여명과의 대화' 는 IMF 이후 봉급 삭감.감원과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으로 공무원의 불만이 치솟고 있는 시점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행사는 공무원 추스르기 취지에 맞춰 강연 30분에 질의.응답 1시간으로 대화시간을 많이 배정하기는 했으나 질문자와 질문 순서를 미리 짜놓은 바람에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 전달은 생생하지 못해 미진함을 남겼다.

金대통령은 관계장관들을 배석시켜 질문에 대한 보충답변을 하도록 했다.

◇ 일문일답

- 공무원들에게 주고싶은 메시지는.

"소수의 일이 전체의 일처럼 공직자가 매도당할 때가 많아 상심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청렴도가 아직 국민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각오를 새로이 해 정말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때문에 과장급 이상은 경조사비 접수가 금지되니 동료간 따뜻한 정마저 메말라가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있다.

"매우 딱한 얘기다. 관과 민 사이에서 주고받는 것 때문에 미풍양속이 상당히 큰 폐단으로 변질됐다."

-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개방형 임명제 시행 때 공무원의 직무경험에 가중치를 줄 계획이다. 밤에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지원하고, 민간부문에 나가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金光雄중앙인사위원장)

- 중산층 및 서민생활 보호를 위한 '생산적 복지정책' 의 내용은.

"유럽의 시혜적 복지정책과 달리 인간계발.자활 위주의 복지제도다. 실업자를 교육시켜 고부가가치를 가진 일꾼으로 재창조시키고 직장인도 고부가가치를 갖춘 사람으로 인간계발을 이루는 것이다."

- 유능하고 경쟁력있는 여성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보는데.

"여성을 일정 비율 채용하고 이들을 간부급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행정부의 각종 위원회에도 여성을 20% 이상 참여시키려 한다."

-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대통령님' 이 아니라 '각하' 로 하는 것이 어떤가.

"지금 바꾸면 대통령이 권위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퇴임하고 난 뒤 각하라고 불러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다." (웃음)

◇ 요지 = 과장급 중견공무원은 국정운영의 핵심적 존재다. IMF 이후 많은 공무원이 직장을 떠나 실업자가 됐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그들의 고통과 비극을 대할 때마다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한 때가 많았다.

공직에 남아있어도 두번에 걸친 봉급삭감과 체력단련비 삭감으로 생활이 어려워 심지어 새벽에 신문배달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4~5월, 10~11월이 공무원의 보릿고개라는 말을 들을 때 미안하고 걱정했다.

극히 일부 공무원의 비리 때문에 전체 공무원이 똑같이 매도되는데 대해 억울하고 가슴아픈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대통령이 여러분을 잘 감싸지 못한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공무원 여러분은 개혁에서 대통령의 파트너이자, 동반자다. 긍지와 책임감을 가져달라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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