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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가…' 종영…고정팬 환호, 일반인 덤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게릴라 팬' 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24일 종영한 MBC 수목극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월 SBS '청춘의 덫' 과 맞붙을 때만 해도 승패는 이미 갈린 줄 알았다. 갈수록 벌어지는 시청률 때문이었다.

하지만 PC통신 속의 움직임은 뜻밖이었다. 드라마에 '우.정.사' 라는 애칭이 생기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동호회까지 결성됐다.소수정예 고정팬의 환호는 마지막까지 식을 줄 몰랐다. 소위 '매니어용 드라마' 의 전형을 마련한 것이다.

비밀의 열쇠는 뭐니해도 대본에 있다. 시청자들의 감성을 톡톡 치고 나가는 작가 노희경의 섬세한 대사가 그것.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날 만큼 충분히 정제됐다. 마치 시어 (詩語) 처럼 말이다.

또한 '트렌디 풍' 을 마다하고, 서민들의 삶에 천착하며 여기 저기를 찔러대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청률을 의식한 스타 캐스팅의 '함정' 이 '우.정.사' 에도 어김없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연하 남자를 극진한 정성으로 사랑하는 신형을 연기하기에 김혜수의 씩씩하고 건강한 이미지가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성 주인공 재호는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중적인 캐릭터. 이를 연기한 배용준은 기존의 '착한 이미지' 를 미처 벗어버리지 못한 느낌이다. 후반에 갈수록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배역 선정의 세심함이 부족한 인상이다.

이에 대해 노희경 작가는 "스타 캐스팅에 기대어 쉽게 가려고 했던 면들이 있었다" 며 "극중 인물과 연기코드가 맞아 떨어지는 캐스팅이 아쉬웠다" 고 설명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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