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종합 채점을 둘러싼 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제체조연맹(FIG)이 채점 잘못을 인정하고 심판 3명의 자격을 정지했으면서도 "순위는 바꿀 수 없다"고 하자 한국선수단이 23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정식 소청을 하기로 했다.
한국의 양태영은 지난 19일 심판의 잘못으로 평행봉 스타트 점수를 10.0이 아닌 9.9를 받아 동메달에 그쳤다. 양태영의 종합점수는 57.774로 금메달을 딴 미국의 폴 햄(57.823)에게 불과 0.049차로 뒤졌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점수를 받았다면 금메달이었다.
▶ 양태영 선수(右)와 미국의 폴 햄 선수.
신박제 한국선수단장은 "CAS 소청내용은 심판의 오심이 아니라 룰 적용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이미 FIG에서 잘못을 시인했고, 분위기도 한국에 우호적이어서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CAS는 24시간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소청이 받아들여지면 상급기관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후속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일간지들도 오심 파문을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22일자 칼럼에서 "폴 햄은 금메달을 혼자 소유할 자격이 없으며 (양태영과) 나눠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특히 공정함과 상식이 그 어떤 관료주의적 규칙보다도 선행돼야 한다며 문제가 된 심판의 자격을 정지시키고도 번복은 없다고 말한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방송사 MSNBC는 22일까지 "폴 햄이 금메달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인터넷 투표를 했으며 이에 대해 '아니다'라는 답변이 21%였고, 50%는 '두 선수가 금메달을 공동 수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계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는 한국 네티즌들의 항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FIG홈페이지(www.fig-gymnastics.com)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항의가 쏟아지면서 22일 오전부터 임시 폐쇄됐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