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유대인'들 3천년만에 이스라엘로 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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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흑인 유대인들의 마지막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기원전 10세기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대부분의 유대인은 모세를 따랐지만 아프리카쪽으로 흘러갔던 흑인 유대인들이 3천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16일부터 에티오피아 거주 흑인 유대인에 대한 이주정책을 실시, 24일까지 3천8백여명이 고국땅을 밟았다.

압도적인 유대인들은 백인이지만 일부는 아프리카.인도 등지로 흘러들어가 오랜 현지생활로 피부색깔과 언어가 다르다.

에티오피아의 흑인 유대인 존재가 알려진 것은 80년대 초반. 이들이 할례 등 유대교 풍습을 갖고 있는 사실에 주목한 이스라엘 정부는 현지에 사무소를 차리고 염색체.DNA검사 등을 실시, 유대인으로 판명되고 유대교도임이 확인된 4만명을 81년과 92년 두차례에 나눠 자국땅으로 이주시켰다.

당시 에티오피아 흑인 유대인들은 모두 6만여명. 나머지 2만명은 외진 곳에 살아 소식을 듣지 못했거나 기독교를 받아들여 유대교 의식을 모두 잊어버리는 바람에 귀향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후 이들은 이스라엘로 이주하기 위해 유대교로 개종하고 유대교 의식을 다시 익히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스라엘은 굶주림과 질병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신천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 중 유대교로 확실히 개종한 경우에 한해 다시 한차례 이주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 그러나 흑인 유대인들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미 정착해 있는 흑인 유대인들이 정부의 주택보급 계획의 차질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등 고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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