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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돌, 비아그라 홍보·SK텔레콤 증자반대 동분서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전직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 겸 상원의원에서 민간기업 로비스트로…. ' 지난 21일 방한한 밥돌 (76) 전 상원의원의 화려한 국내 로비스트 행보에 국내 정가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2월 金대통령 취임직전 일산 자택 방문후 1년4개월만의 나들이다.

1백90㎝가 넘는 키에 헐리우드 은막스타를 연상케하는 미남의 이 노정객은 거물답게 23일 보건복지부.정보통신부 장관을 잇따라 만난뒤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에 앞서 그는 '감각의 정치인' 이란 명성에 걸맞게 22일에는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를 방문, 최근 한국정세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번 방문 '진짜 목적' 은 민간 기업 로비. 본인이 '애용한다' 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한국시판에 앞선 분위기 띄우기와 자신이 수석고문을 맡고 있는 투자기관 타이거펀드의 요청에 의해 SK텔레콤의 증자를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밥 돌은 차흥봉 (車興奉) 보건복지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비아그라 국내 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국내 전문의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발기부전환자의 치료 동향을 묻는 등 '세심하게 준비된' 로비활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 비아그라 국내 생산권을 갖고 있는 한국 화이자 관계자는 "돌 의원이 지난해 비아그라 임상 대상을 자임해 각종 TV캠페인 광고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발기부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번에 초청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하이라이트는 정통부 방문. 그는 남궁석 (南宮晳) 정통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예상했던대로 SK증자 연기와 주식액면 분할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방문목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라고만 대답하며 일체의 답변을 자제했다. 게다가 정통부장관을 만난 후에도 기자브리핑을 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하는 등 가능한 외부인 접촉을 피했다. 경호원들도 사전에 지시를 받은 듯 여느 인사보다 경계를 철저히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에는 타이거펀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손길승 (孫吉丞) 회장도 만났다.

서울 하얏트호텔에 투숙중인 그는 보안상의 이유로 룸 넘버를 비밀로 한 것은 물론 전화조차도 비서관을 통해 받을뿐 체류기간동안 일체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민호.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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