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 수사전망] 세 갈래 '숨은 그림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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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동아그룹 최순영 (崔淳永) 회장의 그림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류를 타고 있다.

검찰은 수사 첫날인 22일 崔회장 부부와 김기창 (金基昶) 화백의 외아들 김완 (金完) 씨 등 주요 관계자들을 모두 소환했고 특수1부 검사 5명을 전원 투입했다.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인 만큼 '속전속결' 로 끝내야 불필요한 의혹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대한생명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림로비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검찰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가닥을 두갈래로 잡아두고 있다.

현장조사를 통해 그림의 일부라도 로비용으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합법적인 자금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게 그것이다.

먼저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대한생명 건물 지하창고에 보관 중인 운보의 그림과 구입목록을 대조, 로비용으로 제공됐는지 여부를 가렸다.

남은 숫자와 구입 개수에 차이가 나면 실종된 작품들이 로비용으로 제공됐을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22일 오후 10시까지 진행된 현장조사 결과 2백3점이 모두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돼 일단 운보 그림이 로비용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렇다고 그림로비 의혹 자체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崔회장이 다른 고가 미술품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검찰은 그림이 모두 있는 것으로 확인돼 합법적인 자금이 사용됐는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崔회장에 대한 외화도피 수사가 한창일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대생 자금 12억원이 그림 매입에 사용됐다" 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검찰은 당시 미술관 확장을 위한 매입이었다는 관계자 진술을 믿고 이를 더 캐지 않았다.

그러나 운보 그림 구입에 6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연 정상적으로 조성된 자금이었느냐에 의문이 남는다.

이 때문에 검찰은 崔회장과 대생 실무자들을 상대로 구입자금의 조성경위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한편 검찰은 세간의 의혹들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3~4일내에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조사를 너무 빨리 끝낼 경우 '졸속 수사' 란 시비가 일까봐 고민 중이다.

따라서 검찰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되 세간에 제기됐던 모든 의혹을 빠짐없이 짚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 수사 관계자는 "판은 요란하지만 먹을 건 별로 없는 수사" 라며 이번 수사가 '싱겁게' 끝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단기간내에 '단순 해프닝' 으로 결론지어진다면 고급옷 로비의혹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는 여론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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