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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교전전후 남북 정보 전쟁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일 서해 교전사태를 전후해 남북한간에는 상대의 의도와 적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첨단 정보전이 숨막히게 전개됐다.

특히 한.미 양국은 정찰위성.고공정찰기 등 첨단장비를 내세워 교전에 앞서 북한군의 동태와 전략을 감지하고 일찌감치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관계자들은 "교전이 벌어진 서해 연평도 인근은 공중에서 빈번하게 '통신 가로채기' 가 진행됐던 곳" 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우리 해군의 '충돌공격' 이 개시되기 직전 우리 군 내부의 통신내용이 먼저 북한측에 의해 감청돼 북한 서해포대 지휘부에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우리 군이 역시 서해 일대 북한 해군의 통신을 감청하면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군간 교신을 잡아내 파악됐다.

"그때부터 해군 수뇌부는 작전에 참가한 모든 선박에 철저한 통신보안을 다시 한번 지시했다" 는 관계자의 말이다.

교전 직후 한.미 군수뇌부가 '북한군이 확전 (擴戰) 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 이라고 판단한 것도 고도의 정보력 때문이었다는 후문. 교전이 벌어지면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 상공에 떠있는 KH - 11, KH - 13 등 두 대의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이를 통해 휴전선 일대의 북한군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북한내 공군기지에서도 특이한 징후를 발견치 못했다는 것. 정찰위성은 당시 북한내 일부 공군기지에서 전투기들이 엔진을 가동시켜 놓고 활주로에서 발진을 기다리는 '1분 대기조' 의 모습을 포착했으나 이들은 결국 대기상태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북한군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정찰위성을 통한 이런 영상정보는 거의 실시간대에 우리측 지휘부로 입수돼 상황판단의 객관적 자료가 되고 있다.

고공 정찰기인 U - 2R기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포격전 당시 우리 해군이 가장 촉각을 세웠던 것은 평양의 관문인 남포갑문 인근 초도에 위치한 북한 해군 9전대의 움직임이었다.

우리 해군과 충돌한 북한 해군 8전대와 비교할 때 화력면에서 두배에 달하는 공격력을 갖춘 9전대가 남하할 경우 확전이 불가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U - 2R기의 정찰 결과 9전대 소속 전투선박들은 자신들의 기지를 중심으로 평상적인 활동에 머무르고 있었다.

또 동해의 북한 잠수함들도 남하하거나 전투력을 정비하는 등의 특이한 동향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해군은 이런 정보들을 근거로 서해 포격전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북한쪽 서해상에 떠있는 모든 선박의 동태도 공중 전자파를 이용해 동시에 감지된다.

우리 군수뇌부는 이를 통해 15일 접전 이후 정규군의 선박보다 간첩선 모선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져 북한이 비정규전으로 보복해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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