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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 비화담은 최성우씨의 '과학사의 X파일'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역사의 물꼬를 바꾼 과학혁명의 이면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세기말 'X파일' (극비문서.음모) 신드롬이 일고 있는 와중에 PC통신이 주 (主) 활동무대인 과학 저널리스트 최성우 (36) 의 '과학사의 X파일' (사이언스북스.8천원) 이 나와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저자가 먼저 시도하는 것은 과학혁명의 사기극 들추기다.

대표적인 것은 1910년대 영국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이 펼친 '필트다운 사건' .필트다운 지방에서 연이어 발굴된 2기의 50만년전 유골은 유인원 (類人猿)에서 오늘의 인류로 넘어오는 진화과정 상의 공백을 잇게 하는 획기적인 성과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것은 1953년 대영박물관 조사팀에 의해 사람의 두개골에 오랑우탄의 턱뼈를 붙인 희대의 조작품으로 밝혀져 세상을 다시 놀라게 했다.

또 하나의 사기극은 프랑스 화학자 앙리 무아상의 인공다이아몬드 합성. 이는 실험조교가 거듭된 실패를 보다 못해 진짜 다이아몬드 조각을 실험용기에 넣은 해프닝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적극적인 사기행위는 아니지만 갈릴레이의 피사의 사탑 중력실험, 증기기관의 발명가 제임스 와트의 '끓는 주전자' 힌트 등도 거짓이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의 '3대 작도 (作圖) 문제' 도 재미있긴 마찬가지다.

이는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가지고 ①임의의 각 (角) 삼등분 ②주어진 원 (圓) 과 같은 면적의 정사각 그리기 ③임의의 정육면체 두배 부피를 갖는 정육면체 만들기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미국의 수학자 원첼과 원주율 π가 초월수임을 밝힌 독일의 린덴만에 의해 '풀 수 없음' 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2천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 이에 도전하는 기인 수학자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과학혁명의 세계에서 2등을 기억하지 않는 비정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 저자의 관심사는 불운한 선구자적 발명가에 이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과학자의 얘기로 치닫는다.

▶미국의 나일론 발명가 캐러더즈 (41살) ▶프랑스의 소다제조법 발명가 르블랑 (64살) ▶표본위조 혐의에 시달린 오스트리아 생물학자 캄메러 (46살) 등이 바로 그들. 과학자로서의 고독과 경쟁의식이 낳은 비극이다.

저자가 적고 있는 과학사의 비화는 무궁무진하다.

▶졸다가 꿈에서 영감을 얻어 벤젠의 화학적 구조를 완성한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 이야기 ▶이발소의 빨강 (동맥).파랑 (정맥).흰색 (붕대) 네온사인에서 외과의사적 의미 찾기 ▶ '상대성 이론' 발표 당시 특허청 하급관리로 있던 미국 아인슈타인의 열정 등에 이어 저자는 현대 문명을 이끄는 핵심 발명

품 TV.카메라.비행기.플라스틱 등에 얽힌 비화를 소개하고 있다.

결론으로 저자는 과학의 발전을 토마스 쿤의 논지를 빌려 '과학 혁명→새 패러다임 위에서 과학의 정상적 발전→변칙성 출현으로 인한 과학위기→새 과학혁명' 이라는 변증법적 순환굴레로 해석하고 있다.

과학이론의 깊이보다는 아마추어적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의미있게 다가선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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