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경제가 인간권리 파괴"교황 물질중시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과도한 자유시장경제가 인간의 권리를 파괴하고 있다" 며 시장경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고향인 폴란드를 방문중인 교황은 지난 14일 소스노비에츠에서 "시장의 법칙 때문에 인간의 권리가 망각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하는 사람보다 생산되는 물질의 가치가 중요시되고 있다" 며 "인간은 장인 (匠人) 이 아닌 생산의 도구로 간주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교황은 이어 "고용주들은 직업을 물질적 측면에서만 생각하고 정신적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비판하고 "실직은 건강과 인격개발,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심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한 인간의 생활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고 말했다.

예컨대 자유시장경제는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를 해고시킴으로써 노동자와 그 가족의 희망을 빼앗거나 ▶노동자가 생산성 향상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휴식과 가족을 돌볼 권리를 말살시키고^일상적인 생활계획을 세울 자유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교황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30만명의 군중은 대부분 공장 노동자들이었으며 교황 자신도 제2차 세계대전 기간중 가성소다 공장에서 일한 바 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